13일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뚜안씨의 빈소. 국내에 머물고 있는 친척과 친구들이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었다. 2026.3.13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13일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뚜안씨의 빈소. 국내에 머물고 있는 친척과 친구들이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었다. 2026.3.13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베트남 청년노동자 응우옌 반 뚜안(23)씨가 지난 3월 이천의 한 자갈·모래 제조공장에서 컨베이어벨트 설비를 점검하던 중 기계에 끼여 숨졌다. 당시 현장에는 안전 덮개와 비상정지 버튼이 없었고, 2인 1조 작업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비극은 한 이주노동자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다. 해외에 거주하는 유족은 장례와 보상, 수사 과정에서 또 다른 장벽과 마주해야 했다.

경인일보는 특별기획 ‘뚜안, 스물셋-죽음 뒤의 벽’(6월25·26일자 보도)을 통해 국경 밖 유족이 겪은 제도의 ‘몰감수성’과 방치된 유족의 권리를 집중 조명했다. 유족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사고 경위에 대한 정확한 설명과 의견을 밝힐 기회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뚜안씨의 사촌이 제출한 위임장은 직계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됐고, 부검 동의 절차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산업재해 사망 이주노동자 사건은 유족의 목소리를 배제한 채 신속하게 마무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적 지원 체계 보다 브로커가 먼저 접근하고, 외국 유족들은 브로커가 소개한 통역과 법률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현행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은 유족이 국내에 있거나 즉시 소통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설계돼 있다. 유족이 직접 입국해야 비로소 법적 권리 행사가 가능해진다. 유족이 입국하지 못할 경우, 시신을 안치실에 두거나 장례 절차 없이 시신과 유골이 본국으로 송환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산업재해 사망 이주노동자는 죽음에 대한 최소한의 존엄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고용노동부 ‘고용노동백서’에 따르면 2013~2024년 한국에서 산업재해로 숨진 이주노동자는 연평균 109명에 달한다. 뒤늦게나마 경기도가 이주노동자 유족을 지원할 근거를 마련했다. 지난 9일 도의회는 ‘경기도 산업재해사망 외국인노동자 유가족 지원 조례’를 가결했다. 통역과 행정 지원, 법률 상담, 산재 보상 절차 지원의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도의 조례가 타 지역으로 확대되고 상위법 입법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려면 안정적인 예산 확보와 실무 체계의 정착이 중요하다. 이주노동자는 이제 국가 산업 전반에서 생산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의 법적 지위와 처우 개선은 국내 노동생산성과 밀접하게 연동된 과제다. 이주노동자의 안전은 물론 산업재해 사망 이후 유족의 권리까지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국격을 유지하고 국익을 확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