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어 환태평양 조산대와 알프스-히말라야 조산대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수십만 명이 사망하고 수천억 달러의 재산피해가 남겼다. 인명피해는 알프스-히말라야 조산대에서 컸다. 2004년 남아시아 대지진 사망자는 최소 22만8천여 명에 실종자가 4만4천여 명인데, 추정치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해역에서 발생했는데 30m 쓰나미가 인도양 국가들을 휩쓸고 아프리카까지 덮쳤다. 2008년엔 중국 쓰촨성 지진으로 8만7천여 명이, 2023년엔 튀르키예·시리아 지진으로 6만2천 명 이상이 사망했다. 수도 카트만두가 통째로 3m 이동한 2015년 네팔 지진으로 9천 명이 숨졌다.

지구 활화산의 3분의 2가 분포한 환태평양 조산대의 비극도 못지않다. 2010년 최빈국 아이티에서 발생한 지진 사망자는 최소 10만명에서 최대 31만6천명으로 추정된다. 당시 아이티 전체 인구의 1~3.2%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2만2천여 명이 사망했다. 희생자 대다수가 쓰나미에 의한 익사였고, 쓰나미에 휩쓸려 폭발한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를 놓고 세계 여론이 갈라졌다.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두 조산대에 걸친 나라들이 수십 개국에 세계 인구가 수십억 명일 테다. 지진과 활화산을 숙명으로 여기는 나라와 사람들이다. 다만 지진의 공포와 피해는 평등한데, 국민의 운명은 국가에 따라 달라진다. 지진의 나라 일본은 국력으로 재해를 극복하고 관리한다. 지금도 동일본 대지진의 사망자와 실종자를 집계 중이다. 반면 아이티는 대지진 이후 무정부 상태에 이르렀다. 아이티 국민에겐 정부와 갱단이 지진보다 더한 악마일 테다.

지난 24일 수도 카라카스를 강타한 지진으로 베네수엘라가 국가적 위기에 봉착했다. 차베스 정권의 석유 국유화와 포퓰리즘으로 국부가 거덜 난 데 이어, 현직 대통령 마두로가 자국에서 체포돼 미국으로 압송될 정도로 국정과 국격이 파탄 난 나라와 국민을 지진이 덮쳤다. 철근 없이 무너진 도시의 잔해에 묻혀 실종된 국민이 7만여 명으로 추산되지만, 복구할 장비가 전무하다. 베네수엘라 지진과 동시에 수차례 발생한 일본 지진은 인명 피해 없이 뉴스 속보로 끝났다.

국가에 따라 엇갈리는 국민의 운명을 보여주는 자연재해의 양극화 현상이다. 우리 정부도 우선 500만 달러를 지원했다. 국가의 부재가 더욱 절망적일 베네수엘라 국민이다. 인도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겠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