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畿湖)’는 우리나라 서쪽의 중앙부인 경기도와 충청도 지역을 일컫는다. ‘호서(湖西)’는 충청남도와 충청북도를 두루 이르는 말이고, ‘호남(湖南)’은 광주를 포함한 전라남도와 전라북도를 가리킨다. 이 세 가지 말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호(湖)’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백제 시기 쌓았다고 하는 전라북도 벽골제(碧骨堤)의 물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충청도와 전라도를 가르는 금강을 일컫는다고 하기도 한다. 전라도라는 말은 전주와 나주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나주는 고려를 세운 왕건이 붙인 이름이다. 나주(羅州)의 원래 이름은 금성군(錦城郡)이었다. 왕건이 궁예 밑에 있을 적에 수군을 이끌고 금성군을 쳐서 빼앗은 뒤 나주라 고쳤다. 이 나주가 왕건의 고려 건국의 밑바탕이 되었다.

호남 향우회는 우리나라 어느 지역 향우회보다도 그 단단하기가 으뜸으로 꼽힌다. 흔히, 사람들이 한데 뭉치는 단결심의 척도를 이야기할 때 세 가지를 예로 들고는 한다. 해병대와 K대학, 그리고 호남이다. 호남의 강한 단결심은 오래된 지역 차별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그 호남 차별의 시작점에도 전라도의 나주와 마찬가지로 왕건이 있다. 왕건이 세상을 떠나기 한 달여 전인 943년 음력 4월에 훈요십조라는 것을 전했는데, 그 8조에 차령산맥 이남과 공주강(금강) 너머의 사람들을 벼슬자리에 앉히지 말라고 했다. 이게 호남 차별의 발단이 됐다.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호남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호남에 대규모 신규 투자를 통해 제2의 반도체 생산기지를 건설, 압도적인 반도체 공급역량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핵심 프로젝트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놓고 야권의 공세가 거세다. 야권에서는 국가의 명운이 걸린 대기업 경영 판단에 정부가 개입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야권의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겠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다. 나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역 균형 발전을 꾀하지 않을 수 없다. 전라도 나주가 고려 창업의 기반이 되었듯이 이번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구상이 제대로 작동해 새로운 대한민국 대도약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정진오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