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은 나라에서 주는 배움의 기회 아닌가요.”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 속 촉법소년의 대사는 뻔뻔함을 넘어 조롱에 가깝다. 폭력을 일삼고 마약을 유통하는 청소년에게 나이는 가장 강력한 방패다. 더 큰 문제는 드라마가 현실의 과장이 아닌 점이다. 최근 안산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 2학년 학생이 같은 반 친구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이유는 “기분이 나빠서”였다. 가해 학생은 형사처벌이 아닌 가정법원 소년부 송치 대상일 뿐이다. 현행 촉법소년 기준은 만 10세 이상~14세 미만, 1953년 형법 제정 당시부터 그대로다. 정부는 최근 강력 범죄에 한해 이 기준을 만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시대에 맞게 손볼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커졌다는 의미다.

통계도 이러한 인식을 뒷받침한다.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경찰에 검거된 촉법소년은 2021년 1만1천677명에서 2025년 2만1천95명으로 4년 만에 9천418명(80.7%)이나 증가했다. 범죄 유형의 변화는 더 심각하다. 살인과 강도는 다소 줄었지만, 성폭력은 398건에서 739건으로 85.7% 늘었고, 폭력은 2천750건에서 5천520건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소년원에 입소한 촉법소년의 83%가 13세였다는 점 역시 현행 기준의 허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반론 또한 가볍지 않다. 한국아동복지학회와 한국청소년복지학회는 29일 공동성명에서 “정부가 드라마 한 편에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형사 처벌 범위를 넓히면 일시적 효과는 있겠지만, 더 깊은 범죄 관계망으로 편입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해외 사례 역시 신중론에 무게를 더한다. 일본은 소년원 송치 기준을 14세에서 12세로 낮췄지만 소년범죄는 줄지 않았다. 조직범죄에 청소년 악용이 심각한 스웨덴도 촉법소년 연령을 15세에서 13세로 조정하려 했다. 하지만 아동 권리 침해와 교정 시스템 미비 등을 이유로 결국 철회했다.

촉법소년은 처벌받지 않는다는 통념은 오해다. 보호처분과 소년원 송치 등 엄연한 제재 수단을 갖추고 있다. 다만 피해자의 고통과 국민의 법감정을 따라가지 못할 뿐이다. 이번 논쟁이 ‘몇 살부터 처벌할 것인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다. 가정의 방임과 학교의 무관심을 그대로 둔 채 연령 기준만 낮추는 것은 증상에 처방을 끼워 맞추는 셈이다. 위기의 아동·청소년을 조기에 발견하고 개입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부터 촘촘히 짜야 한다. 소년범죄를 줄이는 길은 결국 처벌과 교정, 예방이 균형 있게 작동할 때 완성된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