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학 4학년 80% 취업 확정 부러울뿐

우린 저성장·AI 확산에 신규 채용 감소

기업가들의 모험심, 취업난 타개할 정석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

지난 6월2일 일본의 대학 4학년생 80%가 이미 취업이 확정됐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내년 3월이 졸업임을 고려할 때 무려 9개월 전에 졸업예정자 대부분이 직장을 잡은 것이다. 구인난이 심각한 일본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조기 채용’을 서두른 결과이다. 대부분 3학년 때 내정되고 최근엔 2학년, 심지어 1학년도 내정된다는 소식도 들린다.

우리에겐 꿈같은 얘기다. 조기취업률은 언감생심이고 2025년 전국 193개 4년제 대학생의 취업률은 53.8%에 불과하다. 또한 지난해 15~29세 취업자들이 최종 학교를 졸업한 후 첫 직장을 얻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1.3개월이다. 졸업 후 거의 1년이 지나야 겨우 취직되는 것이다. 졸업을 미룬 채 ‘졸업 예정자’ 신분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이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실질적으로는 첫 직장을 얻기까지 2~3년 이상이 필요하다.

대학 졸업 후 취업준비 관련 사교육비 지출은 설상가상이다. 영어 토익, 영어 말하기시험(OPIc), 각종 자격증, IT·컴퓨터 활용 전문지식 습득 등 스펙 쌓기에다 자기소개서 첨삭 등 취업 컨설팅 등에 소요되는 사교육비가 연평균 400만원을 크게 웃돈다. 2년째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인 20대 A씨는 스터디카페 이용료와 교재비 등 취업준비에만 1년에 600만원이 지출된다고 밝혔다.

청년들이 ‘서울·대기업·고연봉’만 고집해 취업난이 발생한다는 것은 옛말이다. 청년 취업 준비생들은 연봉과 처우에 대한 기대치를 스스로 낮추었지만 저성장과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고 수시 경력직 채용을 선호해 또다시 좌절한다. 3년 이상 취업준비 중인 15~29세 취업 장수생은 지난해 5월 기준 23만명으로 전체 미취업자의 18.9%였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7년(19.2%) 이후 가장 높다.

취업문이 바늘구멍이 되면서 취업 의지를 상실한 청년도 속출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지난해 5월 조사에서 20~34세 미취업자 170만4천명 중 43만1천명(25.3%)이 미취업 기간에 “그냥 시간을 보낸다”고 답했다. 2016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비율이다. 청년 백수 넷 중 하나는 취업을 위해 구직 활동을 하거나 공부나 교육 훈련 등을 하지도 않은 채 무기력하게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4월에 취업 포기 청년들을 구직시장으로 되돌리기 위한 마중물과 같은 ‘청년뉴딜’ 정책을 마련했다. 정부예산 8천억원을 들여 취업 의지가 있는 청년 약 10만명을 대상으로 직업훈련, 일경험, 취업지원, 사회복귀 프로그램을 패키지로 제공한다. 삼성·SK·현대차·LG 등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직접 설계하는 직업훈련과정인 ‘K-뉴딜 아카데미’를 마련하고 ‘쉬었음’ 청년들에 구직촉구 수당을 월 60만원씩 6개월 동안 지급할 예정이나 효과는 의문이다.

기업들의 신규 노동력 흡수능력 제고가 관건인데 작년 11월에 한국은행이 발표한 ‘경제위기 이후 우리 성장은 왜 구조적으로 낮아졌는가’란 제목의 리포트에서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성장둔화가 수요 부진에 따른 투자 위축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투자 위축이 소수의 대기업을 제외한 대다수 기업에서 발생했다. 주로 수익성 저하 때문인데 우리 경제의 구조적 성장추세 둔화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원활한 시장진입·퇴출을 통해 경제의 혁신성과 역동성을 뒷받침할 것을 강조했다.

불경기는 서민들에겐 고난의 시기이지만 기업가들에겐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회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재조명되고 있는 혁신경제학의 창시자 조지프 슘페터(1883∼1950)는 불경기가 기업가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와 모험심을 불어넣어 경제를 활성화시킨다고 역설했다. 5·16군사혁명 이후 우리 정부가 식량, 비료 등 생필품 수입용 외화 부족에 시달릴 때 코오롱그룹 창업자 이원만(1904∼1994)은 “기업인은 안 되는 일을 되도록 해야 한다”며 부녀자들의 머리채로 가발을 만들어 미국에서 달러를 벌어들임으로써 수출주도형 공업화의 비전을 제시했다.

청년취업난 타개의 정석은 기업가 정신의 진작이다.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