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큰섬’ 사냥 장면 첫 확인
반복 행동땐 개체수 영향 가능성
인위적 포획·쫓아내기는 힘들어
번식지 환경 변화 등 요인 찾아야
멸종위기종 저어새의 주요 번식지인 인천 남동유수지에서 최근 왜가리가 새끼 저어새를 사냥하는 모습이 처음 목격됐다. 번식지 환경 변화와 먹이 부족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에서 저어새 보전 활동과 번식지 모니터링을 하는 시민단체 ‘저어새와친구들’은 지난달 16일 인천 남동구 남동유수지 저어새 ‘큰섬’에서 왜가리가 둥지를 공격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 저어새를 사냥하는 장면을 처음 확인했다.
이를 목격한 저어새와친구들 활동가인 이혁재(인천대 생명과학과 대학원생)씨는 “지금은 저어새 번식이 거의 마무리되는 시기여서 이번 사례가 번식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왜가리가 내년 번식기에도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면 저어새 개체수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는 만큼, 모니터링하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저어새와친구들 모니터링팀이 왜가리의 사냥 장면을 확인한 것은 지난달 16일부터 현재까지 4차례다. 하루 2~4마리 정도의 새끼 저어새가 피해를 입는 것으로 추정된다. 왜가리는 주로 태어난 지 7일 이내의 어린 새끼를 노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왜가리는 물고기뿐 아니라 양서류와 설치류, 다른 조류의 새끼까지 잡아먹는 잡식성 조류다. 새끼 저어새를 사냥하는 행동도 생태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포식 활동으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의 번식을 돕기 위해 조성된 남동유수지에서 이 같은 모습이 올해 처음 목격되면서 서식 여건 변화 등 원인을 들여다볼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류 전문가들은 최근 남동유수지에서 민물가마우지와 왜가리 등 물새 간 먹이 경쟁이 심해지고, 송도국제도시 일대 개발과 워터프론트 공사 등에 따른 갯벌 환경 변화가 겹치면서 먹이 자원이 줄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먹이가 부족해진 왜가리가 상대적으로 쉽게 사냥할 수 있는 저어새 새끼를 노렸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왜가리를 인위적으로 포획하거나 쫓아내는 대응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한다. 왜가리는 유해조류가 아닌 데다 설치류와 외래종 등을 잡아먹으며 번식지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무리한 포획은 저어새를 비롯한 다른 조류의 번식을 방해해 번식지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
오흥범 저어새NGO네트워크 시민모니터링팀장은 “왜가리는 먹이를 찾아 넓은 범위를 이동하는 새인데도 남동유수지에서 새끼 저어새를 사냥했다는 것은 기존 서식지에서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졌다는 신호일 수 있다”며 “먹이 부족이나 번식지 환경 변화 등 어떤 요인이 작용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윤지기자 ss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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