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통으로 시작… 첫해 300ℓ 수확

육체의 고단함 이웃의 정으로 풀어

과거 경험 살려 정직한 브랜드 구축

양평군으로 내려와 양봉인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꿀벌집’ 이인섭 대표는 “벌들이 가져다 준 건강한 선물을 가장 안전하고 신선하게 전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2026.7.1 양평/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
양평군으로 내려와 양봉인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꿀벌집’ 이인섭 대표는 “벌들이 가져다 준 건강한 선물을 가장 안전하고 신선하게 전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2026.7.1 양평/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

“누군가를 이겨야만 살아남는 ‘제로섬(Zero-sum)’ 경쟁에 지쳐갈 때쯤, 꿀벌들의 이타적이고 체계적인 메커니즘에 완전히 매료됐습니다.”

서울에서 잘나가던 마케터 자리를 박차고 양평군으로 내려와 양봉인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꿀벌집’ 이인섭(41) 대표의 귀농 이유는 남다르다. 그저 한적한 전원생활을 꿈꾼 것이 아니라 거대한 집단지성으로 움직이는 꿀벌의 생태계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서울에서 화장품 브랜드, 공유숙박업 창업 등 트렌드의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일했다. 일은 재미있었지만 실적을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고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마케팅 생태계에 점차 소모감을 느꼈다. 70~80대가 되어서도 평생 현역으로 뛸 수 있는 가치 있는 업(業)을 찾던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양봉이었다.

그는 “개미처럼 철저한 로직과 메커니즘을 가지고 집단행동을 하는 벌들의 세계가 무척 흥미로웠다”며 “알면 알수록 복잡하고 평생 동안 파고들고 싶은 분야라는 생각이 들어 양봉을 결심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전국을 누비며 후보지를 찾던 그는 2024년 10월, 산세가 깊고 자연이 잘 보존된 양평에 약 3천300㎡의 터를 잡았다. 올 3월 처음 벌통을 들여오며 본격적인 양봉을 시작한 그는 당초 10통으로 소소하게 연습을 시작하려 했으나 어느새 30통으로 규모가 늘어 첫해에만 250~300ℓ의 꿀을 수확하는 성과를 거뒀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이 대표는 “뙤약볕 아래서 땀을 비 오듯 쏟으며 하루에 물을 3ℓ씩 마시면서도 벌통의 상태를 정밀하게 살펴야 한다”며 “한 치의 오차 없이 자연의 순리에 나를 맞추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육체적 고단함을 덜어준 것은 양평 이웃들의 따뜻한 정(情)이었다. 귀농 텃세 대신 시원한 차를 내어주거나 양봉을 하다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언제든 오라며 노하우를 나누어주는 이웃 양봉 농가들 덕분에 빠르게 지역에 녹아들 수 있었다.

이 대표는 과거의 마케팅 경험을 살려 곧 정식 상호인 ‘꿀벌집’을 내걸고 소비자에게 신뢰받는 정직한 양봉 브랜드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이 대표는 “벌들이 가져다준 이 건강한 선물을 가장 안전하고 신선하게 전해드리고 싶다”며 “앞으로 양평에서 작은 텃밭을 일구고 제가 키운 벌들과 함께 이웃들과 어우러지는 삶을 완성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양평/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