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천 제물포구 배다리마을에 있는 헌책방 ‘아벨서점’에 들렀다. 최근 이원규 소설가가 경인일보에 4차례 연재한 ‘임영균 약전’이 실린 신문을 아벨서점 곽현숙 대표에게 전달했다. 곽 대표는 아벨서점 전시관에 있는 임영균(1904~1966) 선생에 대한 코너에 ‘임영균 약전’ 지면을 전시하고자 했다. 곽 대표는 임영균 선생의 독립운동 행적을 새롭게 밝히는 데 결정적 자료를 발굴한 바 있다.
세월의 손때가 묻은 헌책들이 켜켜이 쌓인 고즈넉한 책방의 모습처럼 이날 서점 주인도 2층 전시관에서 산더미로 쌓인 옛 자료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자발적 연구 활동으로 마을과 지역 역사를 정리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쌓인 책더미에서 잊힌 사실을 발견하고 꺼내야 한다는 마음이라고 한다.
배다리로 나선 김에 지난 3월 시민 150여 명이 손에서 손으로 1만권의 책을 나른 ‘책 나르샤’ 프로젝트로 옛 동성한의원에서 인근 옛 충인쌀상회에 새 둥지를 튼 ‘나비날다책방’도 들렀다. 지난 주말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책방 청산별곡 대표가 책과 책장과 문화상점으로 꾸민 공간 곳곳을 소개했다. 쌀가게와 담배방(담배가게), 가정집이었던 옛 공간을 최대한 살려 칸칸이 커뮤니티나 북스테이 공간 등을 책과 함께 구성했다.
문화기획자이기도 한 책방 주인은 앞으로 이 독특한 공간들을 어떠한 기획으로 채울지 설레는 마음이 가득한 듯했다. 책방은 고령층이 주로 사는 마을과 조금 더 가까워졌다. 동네 어르신들은 새 이웃이 된 문화공간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종종 들른다고 한다. 책방 주인은 어르신들이 편히 읽을 수 있도록 책 몇 권을 책방 바깥에 뒀다.
내가 사는 동네는 아파트 단지라서 마을이라 부르기도 어색하다. 동네 책방도 없다. 배다리마을 책방 두 곳을 오랜만에 들르고 우리 동네에도 책방이 있으면 좋겠다고 다시금 생각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머물며 책과 함께 타인과 생각을 나누는 공간이면 좋겠다. 타인에 대한 조롱과 혐오가 일상화돼 고교 야구대회까지 번지는 모습을 보며 든 생각이다.
/박경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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