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3천390개의 섬이 있다. 유인도는 480개, 무인도는 2천910개나 된다. 섬나라라 불러도 손색없는 수치다. 한국섬진흥원의 자료를 보니, 유인섬 수는 전남이 277개로 57.71%를 차지해 압도적 1위다. 이어 경남 80개(16.67%), 인천 40개(8.33%), 충남 37개(7.71%), 전북 25개(5.21%) 순이다. 유인섬에는 81만3천475명이 살고 있지만, 섬 10곳 중 6곳은 주민이 100명도 채 되지 않는다. 섬은 바다에 둘러싸인 영토를 넘어 살아 숨쉬는 생태계의 거대한 심장이다. 동시에 섬마다 깊게 뿌리내린 지역문화와 대를 이어온 생업은 사람들이 섬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일 테다.

시대가 변해도 섬은 여전히 고립의 상징이다. 크고 작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 고사장이 없는 섬 지역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눈·비라도 내려 배가 안 뜰까 봐, 수능 며칠 전부터 서둘러 육지로 향한다. 낯선 도시까지 오가야 하는 원정길은 성적 못지않은 부담이다. 같은 대한민국에서 누구는 집 근처 학교에서 시험을 치르지만, 다른 누구는 바다를 건너야만 입시의 기회를 얻는다. 이는 개인의 불편이라기보다 출발선부터 다른 교육격차다. 결국 더 나은 교육 여건을 찾아 섬을 떠나는 걸음은 지역 소멸의 전조가 된다.

교육격차를 메우려는 작은 실험이 연륙교도 없는 섬에서 시작된다. 교육부와 서울대학교,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섬너머학교’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2학기부터 섬 지역 학생들에게 과목 선택과 진로 탐색의 기회를 열어준다. 서해5도 인천 대청고, 덕적고, 서도고, 백령고, 연평고 학생들에게 희소식이다. 전남 6개교와 경북 울릉도 1개교까지 모두 12개 고교 1, 2학년이 참여할 수 있다. 과학, 사회, 제2외국어 등 3개 교과목이 개설된다. 학기 중에 실시간 원격수업을 듣고, 방학 때는 서울대 캠퍼스에서 토론수업도 한다. 이수 결과는 고교 학점으로 인정된다. 사범대 학생들은 교육봉사와 연계한 1대1 멘토를 맡아 학습 상담과 진로 설계도 돕는다.

다리가 섬을 연결하듯, 교육은 사람과 기회를 연결한다. AI와 디지털 기술은 이미 교실의 경계를 허물며 다리를 놓고 있다. 학생의 가능성이 아니라 사는 곳이 미래를 결정지어서는 안 된다. ‘섬너머학교’의 작은 실험은 단순히 낙도 학생들에게 수업 몇 과목을 더해주는 시혜적 복지가 아니다. 교육이야말로 정주 여건을 지탱하고 인구 유출을 막는 가장 강력한 지역 인프라임을 증명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콘크리트 연륙교가 섬을 바꾸었다면, 이제 교육이 섬을 살릴 차례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