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직원 중 생산직에 비난 더 쏠려

‘왜 운으로 보상 독점하는가’ 대중의 의문

‘세금통해 富 재분배’ 롤스 주장에 설득력

최훈 강원대 교수·삼척자유전공학부
최훈 강원대 교수·삼척자유전공학부

최근 삼성전자의 성과급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웠다. 각종 커뮤니티의 대화방을 훑어보니 대중이 느끼는 분노와 박탈감의 방향성이 눈길을 끌었다. 소득의 절대적 크기로만 본다면 의사가 대기업 직원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사회적 비난과 ‘배 아픔’의 화살은 유독 대기업의 성과급을 향하곤 한다. 사람들 마음속에는 “학창 시절 공부에서 나와 비슷했거나 나보다 못했던 동창이 왜 나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버는가”라는 반감이 깔려 있다. 반면 의사에 대해서는 “나보다 공부를 잘했으니 그만큼 버는 것이 당연하다”며 불평등을 비교적 쉽게 용인한다. 삼성전자 직원 중에서도 박사급 연구원이 아니라 생산직 직원에게 그 비난이 더 쏠리는 것을 보면, 보상의 공정성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독특한 시선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대중이 두 집단을 다르게 인식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보상에 작용하는 ‘운(luck)’의 크기 차이다. 의사의 고소득은 학창 시절의 치열한 노력, 의과대학의 엄격한 수련 과정, ‘면허’라는 제도적 자격에 기반한다. 대중은 의사의 소득은 투입의 시간과 노력의 정당한 대가로 받아들인다. 반면 대기업의 억대 성과급은 개인의 탁월한 역량이나 밤샘 노력보다 그 회사를 선택했다는 개인적 운과 ‘반도체 사이클’이라는 거대한 외부적 운에 좌우된다고 본다. 결국 대기업 성과급 논란의 본질은 ‘왜 누구는 단지 특정 시점에 특정 산업에 속해 있었다는 운의 결과로 과도한 보상을 독점하는가’에 대한 대중의 의문이다.

이러한 ‘운의 불평등’을 명쾌하게 파헤친 사상가가 바로 20세기 최고의 윤리학자로 꼽히는 존 롤스다. 롤스는 그의 명저 ‘정의론’에서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환경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특정 재능이 높게 평가받는 시대를 타고난 것조차도 도덕적 관점에서 볼 때 전적으로 임의적인 운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어떤 이가 반도체 호황기에 태어나 관련 회사에 취업하여 막대한 부를 누리는 것은 그가 도덕적으로 훌륭해서가 아니라, 단지 사회적·자연적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는 의미다. 롤스는 이처럼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운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평등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불평등을 인위적으로 없애버리자는 과격한 평등주의를 주장하지 않았다. 대신 롤스는 사회적·자연적 운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평등이 허용될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은, 그 불평등이 ‘사회적 약자에게 최대의 이익’을 가져다줄 때뿐이라는 ‘차등의 원칙’을 제시했다. 즉, 뛰어난 운을 타고난 사람들이 더 많은 부를 획득하는 것을 허용하되 그 부가 사회 전체,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때만 그 불평등이 정의롭다는 주장이다. 롤스는 윤리학자이므로 특정 정책을 제안하지 않았지만, 운으로 벌어들인 초과 이익에 대해 적극적으로 세금을 걷고 이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와 공공 서비스로 환원하는 구조가 그의 정신을 가장 잘 대변한다. 기업이 올린 초과 이익이나 임직원이 받은 성과급의 일부를 조세나 상생 협력 기금의 형태로 흡수하고, 이 재원이 취약 계층의 사회 안전망 구축에 쓰이도록 하는 방식이다.

롤스의 차등의 원칙은 ‘지나치게 과격하다’거나 ‘자유 시장 경제의 역동성을 꺾는 실행 불가능한 이상주의’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성과급 논란은 롤스의 이론이 결코 비현실적인 공상이 아닌지를 대중의 심리를 통해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대중이 느끼는 ‘배 아픔’과 반감은 단순한 시기심이 아니라,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운의 격차를 사회가 방치하고 있다는 시스템에 대한 경고음이다. 아직은 그런 목소리가 ‘운 좋게’ 직장을 선택한 사회적 운에만 작용하고, ‘운 좋게’ 능력과 노력을 가지고 태어난 ‘자연적’ 운에는 작용하지 않지만 말이다.

시장 경제 체제에서 운에 따른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운 좋은 이들이 과실을 독식하도록 방치하는 사회는 내부 갈등과 불신으로 시스템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 결국 세금을 통해 부를 재분배하고 약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는 롤스의 주장은 실제 사람들이 ‘배 아파보는’ 경험을 통해 강력한 설득력을 얻는 계기를 맞이했다.

/최훈 강원대 교수·삼척자유전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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