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서 5·18 민주화 운동 조롱

학생들 심각성 모르고 밈처럼 사용

경기 교육계, 역사 교육 강화 촉구

지난 1일 서울 강동구 배재고 앞에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배재고 야구부 일부 학생 선수들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광주제일고와 경기 중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 구호는 지난 달 스타벅스 코리아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맞춰 텀블러 할인 이벤트를 하며 ‘5·18 탱크데이’라고 홍보했던 사건을 연상케 해 공분을 샀다. 2026.7.1 /연합뉴스
지난 1일 서울 강동구 배재고 앞에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배재고 야구부 일부 학생 선수들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광주제일고와 경기 중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 구호는 지난 달 스타벅스 코리아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맞춰 텀블러 할인 이벤트를 하며 ‘5·18 탱크데이’라고 홍보했던 사건을 연상케 해 공분을 샀다. 2026.7.1 /연합뉴스

최근 고교야구장에서 학생들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고교 야구단에 스타벅스 구호를 외쳐 논란이 이는 가운데, 경기 교육계에서도 학교 안 역사교육을 재점검하고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혐오와 조롱이 온라인을 넘어 학생들이 함께 있는 공개된 자리에서 집단적으로 나오면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로도 번지는 상황이다.

2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에 따르면, 전공노는 이번 사안을 특정 학교나 일부 학생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며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정 지역의 역사적 비극을 조롱거리로 삼는 행위도 차별과 혐오의 문제인 만큼, 이를 사회적으로 규율할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들은 ‘고교야구장까지 침투한 혐오와 조롱 문화,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는 성명을 내고 “야구 경기장이라는 공적 공간에서 특정 지역의 비극을 조롱의 도구로 삼은 학생들의 행태는 우리 사회의 인권 의식과 역사 의식이 얼마나 위태로운 지점에 서 있는지 보여준다”고 우려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달 29일 청룡기 고교야구대회 배재고와 광주제일고 경기 도중 배재고 선수들이 “스벅 가야지”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불거졌다. 지난 5월 스타벅스 코리아의 ‘탱크데이’ 이벤트가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대국민 사과로 이어졌는데, 배재고 선수들이 이 표현을 5·18의 당사 지역인 광주 학교를 상대로 사용한 것이다.

이후 학교 측 사과와 대회 주최 측 조사로 이어졌지만 특정 학교만의 문제로 좁혀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교육계에서는 지역 비하나 성차별 등 혐오성 표현이 교실 안에서 ‘밈’(유행 표현)처럼 쓰이다가, 이번엔 학교 밖 공적 공간에서 집단적으로 터져 나왔다는 점에서 사안이 가볍지 않다고 진단한다.

경기 교육계에서도 역사·민주시민교육의 필요성을 되짚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도내 학교도서관에서 역사 왜곡 논란 도서(2025년 8월28일자 7면 보도 등)가 확인되며 자료 관리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왜곡된 역사 인식과 혐오 표현을 학생들이 비판적으로 걸러낼 수 있도록 학교 안 교육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허원희 전교조 경기지부 정책실장은 “현재 학교 안에서도 혐오가 담긴 말들이 너무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는데, 이번에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집단의 목소리로 나왔다는 점에서 큰 문제”라며 “이런 말이 왜 문제인지 학생들이 교육 속에서 알 수 있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놔야 하며, 이번 일을 계기로 차별금지법 제정 관련 논의가 다시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