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도자기축제 열흘간에 1만3천여개가 팔렸다. 매출은 4천600만원을 넘었다. 여주 고구마로 만든 빵, ‘여고빵’ 이야기다. SNS에는 ‘달달한데 건강한 느낌’, ‘겉은 쫀득하고 속은 부드럽다’, ‘우유나 커피와 잘 어울린다’, ‘아이들도 잘 먹는다’는 후기가 이어진다. 방송 노출이 불을 댕겼지만, 호기심을 넘어 실제 구매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맛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검증된 셈이다.
맛보다 흥미로운 건 이 빵의 탄생 구조다. 쌀·고구마·땅콩. 여주 농업은 오랫동안 1차 산업에 머물렀다. 부가가치는 낮았고, 캐는 과정에서 찍히거나 흠집이 있는 파지 고구마는 상품성이 떨어졌다.
철학자 데리다는 결핍을 채우며 오히려 본질을 완성해 나가는 역설적인 과정을 ‘보충(supplement)’이라 불렀다. 여주 농산물에 그 보충은 ‘가공’이었다. 여주세종문화관광재단이 아이디어를 내고 1년 전 상표까지 등록했고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전문 개발업체를 연결했다. 그러자 상품성이 떨어진 고구마가 수익의 원천이 됐다. 농가는 폐기하던 원료로 새 소득을 얻고, 관내 베이커리와 카페는 판로를 넓혔다. 원물(原物)은 그대로인데 구조가 바뀌자 가치가 달라진 것이다.
여고빵은 대학 납품을 시작으로 군납·학교 급식에서 러시아 수출까지 넘본다. 물론 갈 길은 많이 남아있다. 방송 특수가 꺼진 뒤 품질과 물량을 지켜낼 수 있느냐가 진짜 시험대다. 그래도 여고빵이 증명한 명제 하나는 분명하다. 지역의 운명은 ‘무엇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보태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 여주 고구마가 세계로 나가는 길목에, 여주의 다음 10년이 걸려 있다.
여고빵이 원물에 가공을 보탠 사례라면, 이번엔 사람을 보태는 실험이 시작됐다. 여주시와 여주세종문화관광재단, 경기콘텐츠진흥원(동부경기문화창조허브)이 함께하는 ‘경기동부 로컬 큐레이터’ 2기 12개팀이 최근 선발됐다. 여주시가 예산을 보탠 만큼 여주에 무게가 실렸다. 향후 5개월간 지역 소상공인의 숨은 원석을 찾아 이야기로 빚는다. 이들의 기록이 여주의 다음 이야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coa007@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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