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구 케이엠제이아트갤러리

“미화원의 빗질, 점원의 인삿말…

일상적 행위가 우리에게 행복”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풍경인 미소를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인천 남동구에 있는 케이엠제이아트갤러리(KMJ ART GALLERY)에서 류성환 작가(사진)의 초대전 ‘웃는 얼굴’이 열리고 있다. 지난 2019년 우리미술관 초대전 이후 퍽 오랜만에 열리는 전시다. 류성환은 이번 전시에서 자신이 만난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이 지은 ‘미소’를 화면 가득 펼쳐 보여준다.

그가 ‘웃는 얼굴’에 집중하게 된 계기는 시대적 결핍과 맞닿아 있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공항에 내렸을 때 가장 웃음이 없는 나라라는 이야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오히려 그렇지 못한 나라의 사람들에게서 미소를 더 자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작가는 이번 전시 공간을 나누어 두 가지 분위기의 작품으로 채웠다. 활짝 웃는 표정을 한 인물의 생동감 있는 색의 작품이 공간의 한 축을 담당한다면, 다른 한쪽 공간은 등장인물이 아니라 관객이 ‘미소’를 짓게 하는 그림으로 채웠다. 다른 한쪽은 유화물감을, 다른 한쪽은 목탄을 주로 사용해 표현 방식을 달리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특별한 영웅이나 유명인이 아니다. 묵묵히 건물을 청소하는 미화원 아주머니에게서 성모 마리아나 그리스 신전의 석상 같은 거대한 ‘아우라’를 포착해 화면에 옮겼고, 스튜어디스 출신 공무원의 수줍은 미소에서 배려 깊은 모습을 그려냈다. 호텔을 방문한 손님을 가장 먼저 웃는 얼굴로 응대하는 스물다섯 살 청년 ‘컨시어지’의 모습도 담겼다.

류 작가는 “걸레질을 하고, 버튼을 누르고, 빗질을 하는 이 평범한 이웃들의 일상적인 행위 자체가 우리에게 행복과 미소를 주는 가장 멋지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했다.

전시장 한쪽에는 인물화 사이에 자리 잡은 정물화도 눈에 띈다. 그가 행복한 기분을 들게 만드는 사물들이다. 과일 한라봉을 그린 작품도 보였는데, 그는 “지난겨울 작업실에 껍질이 수북이 쌓일 정도로 한라봉을 먹으며 느꼈던 순수한 행복의 감정을 그대로 충전해 담았다”고 했다. 이 소박한 사물을 그린 정물화도 인물화와 마찬가지로 작가 본인의 행복을 관객과 공유하기 위한 훌륭한 ‘웃는 얼굴’이었다.

류 작가는 전시 공간을 운영하며 전시기획자로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다. 본인의 작품 보다는 다른 작가의 작품을 빛내는 일에 집중해왔던 것이다. 모처럼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그에게 잊고 지내던 많은 것들을 깨닫게 해주는 시간이 됐다. 류 작가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자신만의 ‘템포’로 더 자주 관객과 만나겠다고 약속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캔버스 위에서 춤을 추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림이라는 것은 결국 몸으로 하는 행위거든요. 몸으로 던져놓으면서 많은 생각들이 정리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행위를 통해 춤이 다듬어지는 것 같아요. 앞으로 계속 이 춤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