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은 순간, ‘증’명하고 싶은 마음 담아… 경기도박물관에 전합니다
조선학자 송준, 찌푸리거나 취한 얼굴 그려져
허전 초상 진열장 앞 눈물훔친 고령의 기증자
‘조복’ 조사·연구 위해 무덤 열게된 이야기도
경기도박물관의 기증의 역사는 1986년 경기도향토사료관 시절부터 40년간 꾸준히 이어졌다. 박물관은 기본적으로 유물의 조사와 연구, 전시와 교육 등 여러 역할을 하지만 이 바탕에는 유물 기증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 약 4만점의 유물 가운데 절반 정도가 기증된 것이니 말이다.
특히 기증된 유물은 구입하거나 발굴한 유물에 비해 만들어 간직하고 보관하는 과정에서 각각의 사연이 생기게 된다. 경기도박물관이 개관 30주년을 맞아 준비한 기증특별전 ‘혼자 보긴 아까워서’는 이러한 기증 유물이 박물관으로 와서 전시되기까지 이와 관련된 사람들과 이야기를 400건의 유물로 소개한다.
전시는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된다. 선조들이 남기고 싶었던 선명했던 순간을 살펴보는 ‘남긴 사람들’과 보관해온 유물과 생활용품을 박물관에 ‘기증한 사람들’, 그런 유물들을 조사·연구·보존하며 그 가치를 전시와 교육으로 알리는 ‘박물관 사람들’이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송준 초상’은 이번 전시의 대표 전시품으로 처음 출품돼 의미를 더한다. 조선 중기 관리이자 학자인 송준의 초상화 밑그림 세 점은 각각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데, 1623년 송준의 평소 모습을 담은 초상을 그린 뒤 다른 자손들이 요청해 두 점의 초상화가 더 그려졌다고 한다. 자세히 보면 하나는 화가 난 듯 인상이 찌푸려져 있고, 또 하나는 술에 취한 얼굴로 홍조를 띠고 옷 색깔에도 붉은색이 드리워져 있다. 어쩌면 숨기고 싶었을 두 모습을 함께 초상으로 남긴 데에는 자손들이 그의 다양한 모습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했던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한다.
이외에도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세상 사람들에게 본인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남겨놓은 이의현의 지석, 조선 제14대 임금 선조가 신하 김상용에게 직접 써준 글씨를 새긴 ‘청풍계’ 현판 등 글과 그림, 조각 등으로 그 순간을 새겨서 남기고자 했던 선조들의 유물들을 살펴볼 수 있다.
박물관에 유물을 기증한 기증자들은 일제강점기나 한국전쟁의 시기 등 어려운 시절을 지나온 이들이 대부분이다. 소중히 간직해왔던 유물을 박물관에 내어놓은 사연들을 위주로 전시해 둔 두 번째 섹션에서 보이는 보물 ‘허전 초상’은 허전을 기리기 위해 경상남도 산청에 세운 이택당 물산영당에 보관돼 있었다. 박물관은 이 사당을 평생 관리해 온 분과 꾸준히 접촉했고, 2008년 초상을 기증받게 됐다. 고령의 기증자는 이후 먼 길을 찾아와 진열장 속 초상을 다시 만난 후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전시장 중앙을 둘러보면 방이 하나 만들어져 있는데, 박물관이 가지고 있는 유물의 다양성을 보여주듯 근대 어느 시점의 유물들로만 방을 꾸며놓아 눈길을 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박물관 사람들의 활동도 눈여겨보면 좋을 듯하다. 지난 2016년 경기도박물관 연구원들이 묘지석을 보존 처리하고 관련 자료를 조사하던 중에 안동권씨 충숙공파 권우의 무덤을 옮길 당시 촬영한 사진을 발견했다. 그들의 눈에 들어온 건 조선시대 관리가 입었던 최고 예복인 ‘조복’. 완전한 형태였던 조복을 찾기 위해 박물관이 종중을 설득했고, 이에 종중은 새로 만든 무덤을 다시 열어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온 조복과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제작된 폐슬 및 후수의 재현품을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그동안 경기도박물관에서 잘 볼 수 없었던 유물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보는 이들로 하여금 한층 더 가까이 다가올 수 있도록 한 전시는 기증 유물과 함께한 사람들의 ‘혼자 보긴 아까운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시는 10월 11일까지.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