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소득 구조가 AI 영향권
평균 업무는 주당 1.5시간 줄어
성과로 안 이어진 ‘생산성 단절’
이득 나누려면 제도 변화해야
그동안 돈을 소재로 세 편의 칼럼을 이어왔다. 화폐의 본질인 신뢰, 중앙은행이 그 신뢰를 떠받치는 방식. 돌이켜 보면 돈 이야기는 결국 사람 이야기이다. 돈은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믿고, 사람 사이에서 순환한다.
이제 그 사람 자체에 대해 몇 차례 이야기해 보겠다. 경제학에서 사람은 두 얼굴을 가진다. 생산자의 얼굴과 소비자의 얼굴이다. 하루 24시간 가운데 잠과 휴식을 제외한 시간은 노동의 원천이 되고, 그 대가로 얻은 소득은 소비를 통해 다시 다른 누군가의 소득이 된다.
이 순환 속에서 사람은 경제의 주체이자 정책의 출발점이며 동시에 종착점이다.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이나 정부의 재정 정책도 결국 개인의 일자리와 소득을 향한다.
그 일자리와 소득의 구조가 인공지능(AI)의 영향권에 들고 있다. 한국은행이 올 6월 발표한 이슈노트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국내 근로자의 평균 업무시간은 주당 약 1.5시간 줄었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생산성 향상 효과가 약 1.0% 수준이다.
그런데 업무처리량 증가율과 업무시간 절감률 사이의 상관계수는 0이었다. AI가 시간을 돌려줬지만 더 많은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연구진은 이를 ‘생산성 단절’이라 불렀다.
문서 초안을 AI가 써줘도 승인·협업·의사결정 단계가 그대로라면 절약된 시간은 대기시간이 된다. 추가 성과에 대한 보상이 없다면 그 시간을 다시 일에 쏟을 유인은 크지 않다. 성과가 곧 소득으로 이어지는 자영업자나 전문직에서만 시간 절감이 생산 증가로 연결된 것도 그 때문이다. 기술의 효과는 그것을 쓰는 사람과 조직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다.
기계 도입이 노동을 대체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산업혁명 때 방직기계가 숙련 직공을 밀어냈고, 20세기 자동화 설비가 공장 노동자를 줄였다. 그런데도 전체 일자리는 늘었다. 기술은 기존 일자리를 없애는 동시에 새 일자리를 만들어 왔고, 경제학자들은 이를 기술의 복원 효과라 부른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다를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증기기관과 전기는 물리적 노동을 대체했지만, AI는 판단, 분류, 번역과 같은 인지적 행위까지 해낸다. 세계경제포럼은 오는 2030년까지 약 7천800만개의 일자리 순증가를 전망하지만, 늘어난다는 그 일자리가 바로 지금 빅테크 구조조정의 표적이 되고 있어 현실은 녹록지 않다.
AI가 코드를 짜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보고서를 쓰는 속도가 사람을 앞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고급 일자리라고 여겼던 영역도 이제 안전지대에서 멀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없어지는 일자리와 생겨나는 일자리 사이의 거리가 어느 정도일지, 솔직히 장담하기 어렵다.
경기도의 고용 지형도 이 맥락에서 읽힌다. 제조업·물류·IT서비스가 촘촘히 얽힌 경기도에서 반복적 데이터 처리 업무는 AI 대체 속도가 빠르고, 복합적 판단이 개입하는 엔지니어링·연구개발 직무도 그 경계선이 점점 흐려지고 있다. 사람이 그 전환을 따라갈 수 있는지, 새 일자리가 예전만큼 든든한지, 아직 답을 모른다.
1980년대 컴퓨터가 빠르게 보급되었지만 생산성 통계에는 오랫동안 반응이 없었다. 솔로우는 “컴퓨터는 어디에나 있는데 생산성 통계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생산성이 폭발한 것은 업무 방식과 조직이 기술에 맞게 재편된 뒤의 일이었다. AI도 지금 그 전환 경로의 초입에 서 있다. 지금의 조용함은 그 변환 비용이 치러지는 시간일 것이다.
기술은 사람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그 방식이 바뀌면 소득도 변한다. 생산성 단절이 계속된다면 AI는 비용 절감의 도구로만 쓰이고, 그 부담은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산업혁명 시기, 기차가 엘리트의 사치품에서 대중의 교통수단이 된 것은 1844년 영국 의회가 1페니 열차를 법으로 강제했기 때문이다.
기술의 이득을 고루 나누려면 제도가 변화해야 한다. 모든 정책의 종착점이 개인의 일자리와 소득이라는 사실은 AI 시대라고 바뀌지 않는다.
/장정석 한국은행 경제교육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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