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유로 차별받았는지 하나로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최소한의 울타리가 필요합니다.”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 평화(활동명)씨는 한국에서 겪은 차별 경험을 꺼냈다. 2년6개월 동안 일하며 회사를 세 차례 옮겼다는 그는 임금 체불 상황에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설명과 서명 절차에서 배제됐고 원하지 않는 업무와 열악한 숙소를 견뎌야 했다. 평화씨는 “다른 나라에서 왔다고 차별하고 계속 일을 시킨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지 않나. 사람답게 깨끗한 장소에서 일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최근 고교 야구대회 중 조롱성 응원 구호 논란과 위안부 피해자 모욕 집회 등 혐오성 이슈가 잇따르면서 해당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가 사회적 과제(7월3일자 1면 보도 등)로 떠오르고 있다. 국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논의가 장기간 표류하는 상황에서 경기도 내 시민사회들은 차별과 혐오를 예방할 공통 원칙을 담은 도 차원의 평등조례 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7일 ‘가자! 평등으로 경기평등조례제정네트워크’(가평넷)는 경기도의회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12대 경기도의회가 ‘경기도 평등기본조례’ 제정을 공식 의제로 채택할 것을 촉구했다. 현장에서는 차별을 겪은 당사자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부천차별금지법제정연대 루니(활동명)씨도 몇 년 전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던 때를 떠올렸다. 짧은 머리와 성소수자 정체성을 이유로 직장 내 소문과 압박을 겪었다는 그는 “외모 차별이었는지, 성 정체성으로 인한 혐오였는지, 여성 강사를 향한 갑질이었는지 명확히 선을 긋기 어려웠다. 그 모든 것이 얽힌 복합적인 차별이었다”며 “법의 사각지대에서 혼자 억울함을 삼키지 않도록 경기도가 평등의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경기도에는 차별을 정의하거나 차별금지를 도지사의 책무로 명시한 조례가 70여개에 이르지만 영역별 조항이 흩어져 행정 전반에 적용할 기본 틀은 부족한 상황이다. 경기평등조례는 이를 하나로 묶어 차별 예방과 평등 증진을 도정의 공통 원칙으로 삼자는 취지다.
평등조례 제정 요구는 혐오 피해가 드러날 때마다 개별 입법으로 대응해온 방식의 한계와도 맞닿아 있다.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기준이 없다 보니 피해 집단마다 별도 법률을 만들어야 하고, 그때마다 보호 범위와 기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현재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2007년 첫 발의 이후 20년 가까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지자체 차원의 기본 규범 마련 요구도 커지는 상황인데, 이는 변화하는 여론 지형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4월 발표한 조사에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응답은 55%로 ‘제정해선 안 된다’(29%)를 크게 앞서는 등 제도 마련을 더는 미루기 어렵다는 인식도 확산하는 흐름이다.
안은정 가평넷 정책팀 활동가는 “지역사회에서부터 평등 논의가 시작될 수 있도록 12대 의회에서 경기도 평등기본조례 제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가평넷은 이번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지역 간담회와 도의원 정책간담회, 오는 10월 경기 차별철폐 대행진 등을 이어갈 계획이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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