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어김없이 나타난 천적 기승
명확한 질병 관리·진단체계 부재
농가 직접 약제 살포 부작용 우려
농민들, 정부 차원 대책마련 촉구
꿀벌의 천적 기생충인 응애가 올해도 어김없이 기승을 부리며 양봉농가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전국적으로 꿀벌 실종 사태(2022년 4월26일자 7면 보도)가 발생한 이후 꿀벌 질병 피해가 매년 확산되고 있는 만큼, 국가 차원의 통합 질병관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7일 화성시 만세구에서 40여년째 양봉업을 하는 박길호(77)씨는 지난 5월 말 ‘꿀 뜨기’ 작업을 마친 뒤 한 달여 동안 벌통에 세 차례나 약제를 살포했다고 말했다. 꿀을 채취한 직후 벌통 아래 끈끈이 시트를 설치한 뒤 약제를 뿌렸는데, 떨어진 응애 성충이 시트지에 빼곡하게 붙은 것을 확인하면서다.
박씨는 “응애는 제때 방제하지 못하면 한 달 안에 벌군이 전멸할 수 있다”며 “30년 전만 해도 1년에 다섯 차례 정도만 약을 쳐도 충분했지만, 여름철 고온으로 벌군의 면역력이 떨어진 데다 응애의 약제 내성까지 생기면서 매년 응애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양봉업계에서 응애 피해가 본격적인 문제로 떠오른 건 2022년이다. 당시 농림축산식품부는 월동 중이던 꿀벌 약 39만 봉군(약 78억마리)이 폐사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300개의 벌통을 보유하던 박씨 역시 3분의 2에서 벌이 사라져 빈 벌통만 남았다고 했다. 응애 피해와 급격한 기후변화가 당시 꿀벌 폐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날 국회에서도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주최한 ‘국가 양봉산업 위기 대응 및 질병관리 체계 구축 정책 토론회’가 열렸고, 꿀벌 질병 진단·치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양봉농가는 질병이 의심되면 관련 기관에 검사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진단을 받는데, 검사 비용 자체가 부담인 데다 진단 이후에도 명확한 치료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아 농가가 자체적으로 질병을 판단하고 약제를 살포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박근호 한국양봉협회 회장은 “정확한 진단 없이 이뤄지는 약제 오남용은 병원체의 내성을 키워 방역 효과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이는 개별 농가의 문제를 넘어 산업 전체의 방역 기반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꿀벌은 수㎞를 비행하며 채밀하는 생태적 특성상 축사처럼 물리적으로 격리할 수 없어 조기 진단이 사실상 유일한 차단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이상 질병 징후로 양봉농가가 자발적으로 검사를 의뢰한 건수는 193건에 그쳤다. 2023년 136건, 2024년 173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전국 약 2만5천개 양봉농가 규모를 고려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꿀벌 질병관리 체계 구축과 함께 질병으로 인한 도태·살처분 보상제도 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옥봉 경기도북부동물위생시험소 소장은 “현장 진단과 치료를 전담할 임상 양봉 전문 수의사를 육성하고, 농림부 내 조류인플루엔자 방역 등으로 분산된 업무를 통합한 양봉 전담 부서를 신설해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질병으로 인한 소각·도태에 대한 보상제도를 마련하면 농가의 신고 기피 문제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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