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구역 조정 동시에 문화생활 설계 과정

신설 자치구에 재단·문예회관 설립 추진을

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객원논설위원
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객원논설위원

인천시 제9기 민선정부는 행정체제 개편과 함께 출범하였다. 2026년 7월1일, 인천에는 검단구·영종구·제물포구·서해구가 새로 탄생하면서, 중구와 서구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검단구와 영종구는 새롭게 설치되고, 제물포구와 서해구는 통합과 명칭 변경을 통해 재편된 기초자치단체이다. 행정체제 개편에 따른 행정적 준비는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되어 왔지만 새로운 문화권역의 형성과 문화행정 체계, 지역 간 문화격차에 대한 준비는 상대적으로 미흡한 실정이다.

행정체제 개편으로 문화지원기구의 지역 간 격차는 확연하다. 제물포구는 기존 중구문화재단을 승계하여 제물포문화재단으로 확대·개편할 예정이며, 서해구 역시 기존 서구문화재단을 그대로 활용하게 된다. 반면 영종구는 문화재단 없이 출범하고, 검단구는 문화재단과 문화원·문예회관이 모두 없는 상태에서 출발한다. 신설 자치구 가운데 검단구의 문화행정 기반이 가장 취약한 셈이다. 도서관, 미술관, 생활문화센터 등 문화관련 SOC도 연수구·남동구 등 기존 도심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영종과 검단은 인구 증가 속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신설 자치구는 문화재단 설립과 문예회관 건립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문화재단은 지역 문화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전문기관이며, 문예회관은 공연과 전시·문화예술교육이 이뤄지는 핵심 문화기반시설이다. 문제는 문화재단 설립과 문예회관 건립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문화재단은 설립계획 수립과 타당성 검토, 조례 제정 등을 거쳐야 하고 문예회관은 부지 확보와 재원 마련, 설계와 건립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문화재단과 문예회관 추진과 병행하여 단기적으로는 문화예술교육과 문화프로그램에 예산과 인력을 집중하여 주민들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문화예술교육은 신설 자치구의 인구 특성과도 부합하는 정책 분야이다.

영종과 검단은 인천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생활권이며 아동·청소년과 20~49세 인구 비율이 높은 젊은 도시이다. 이러한 인구구조는 문화예술교육과 생활문화, 가족 중심 문화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문화예술교육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문화예술교육위원회를 구성하며, 중장기적으로 문화예술교육센터와 전용공간을 조성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

행정체제 개편은 지역의 장소 기억과 문화자원이 새롭게 구성되는 새 문화권역의 형성 과정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신설 자치구는 지역의 역사문화자원을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기록하는 일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영종은 고대 해상교류의 거점이었으며 고려시대 자연도와 영종진, 현대의 인천국제공항으로 이어지는 국제교류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검단은 선사유적과 검단선사박물관, 고대 지명, 고려시대 교통망 등 풍부한 역사문화자원을 간직하고 있다.

인문지리 종합조사는 이러한 역사문화자원과 생활문화, 지명, 주민의 기억을 체계적으로 축적하여 향후 문화원 사업과 문화재단 운영, 축제와 문화관광 정책을 뒷받침하는 기초자료가 될 것이다.

인천시의 역할도 중요하다. 신설 자치구의 문화재단 설립과 문예회관 건립을 최우선 지원함으로써 지역 간 문화 불균형을 해소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기존 문화시설이 남동구와 연수구 등 남부권에 집중된 반면, 인구가 가장 빠르게 증가한 서북부권은 오랫동안 문화정책의 주변부에 머물러 있었다.

특히 검단신도시를 중심으로 성장한 북부권은 젊은 세대와 가족 단위 인구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음에도 전문 공연장과 복합문화시설이 부족하다. 민선 8기에서 추진하다 중단된 서북부권 대형공연장 건립은 재추진할 필요가 있다.

행정체제 개편은 행정구역을 조정하는 제도 개편인 동시에 주민의 문화생활을 새롭게 설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신설 자치구의 문화정책은 문화행정 조직과 문화기반시설을 단계적으로 확충하고,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시민의 문화역량을 축적하는 한편 종합 인문지리 조사를 통해 지역 정체성과 문화권을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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