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 사회
예전부터 고려문화협회 ‘불신’
의견 제대로 전달 안되고 불통
韓 정부와 정책개발 경로 막혀
진화는 생물이 환경 변화에 적응하여 살아남기 위해서 처절하게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말하면 환경 변화에 스스로를 혹독하게 변화시키지 못한, 진화하지 못한 생물은 죽는다. 국가의 정책은 급변하는 국내외 사회의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여 국가와 국민이 살아남도록 하는 행동방침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이 성공하면 국가와 국민은 살아남고 발전할 수 있지만, 반대로 실패하면 냉혹한 국내외 사회에서 도태되고 존재감이 사라진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부가 각 부문에 걸쳐서 추진했던 정책들은 다행스럽게도 급변하는 국내외 사회에 신속히 대응하여 국가와 국민이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게 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진화하지 못하는 정부의 정책들이 존재하고 있다. 대표적인 정책이 고려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최근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인 교민과 고려문화협회 회장 사이에 부동산과 관련된 큰 소송이 벌어졌다. 문제는 고려문화협회 회장과 관련된 소송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사자는 우즈베키스탄 하원의원이기 때문에 해당 국가의 정치권에서도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의 입장에서도 우즈베키스탄의 국회의원이자 고려인의 구심점이 되는 고려문화협회 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당사자를 자랑스러운 동포라고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우즈베키스탄 고려인에 대한 대한민국의 정책은 사실상 고려문화협회 회장을 통해서 추진되어왔다.
그러나 그 당사자가 소송에 휘말렸고 언론에도 보도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사회는 이미 예전부터 고려문화협회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 각 주(州)마다 존재하는 고려문화협회 지부는 타슈켄트에 있는 고려문화협회와 사실상 교류를 하지 않고 있다. 현장에 와서 고려인 사회의 목소리를 들으면 현재 고려문화협회가 어떻게 고려인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를 금방 알 수 있다.
우즈베키스탄 고려인이 생존하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필요로 하는 정책들은 많다. 그러나 소통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의견이 고려문화협회로 전달되면 고려문화협회는 대한민국의 정부와 진화된 정책을 개발하고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경로가 막혀 있다. 사실상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사회가 외면하고 있는 고려문화협회 자체가 진화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그 존재 자체가 사라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사회 역시도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으로 이주해서 일을 하고 거주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고려인은 9만여 명에 달한다. 최근 필자는 타슈켄트주(州), 사마르칸트주(州) 호레즘주(州), 카라칼팍스탄 자치주에 있었던 고려인 집단농장을 방문하였다. 이미 집단농장은 사라졌고 그곳에 극소수의 노년층 고려인만이 살고 있었다. 자녀들은 대부분 한국으로 떠났다고 했다. 그들은 자녀들이 보내주는 돈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필자는 호레즘주에 거주하고 있는 고려인이 주도(州都)인 우르겐치에 있는 고려문화협회 지부로 와서 단오 행사를 하는데 참여하였다. 노인들로 구성된 합창단이 한국어 동요와 유행가를 부르고 전통춤을 추었다. 외국으로 떠난 고려인 손자와 손녀 대신에 우즈베크인 학생들이 K-POP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사마르칸트주에 있는 주마(Juma)라는 곳에서도 단오 행사를 크게 하였다. 할머니 합창단이 한국어 동요와 가요를 부르면서 신나게 율동도 보여주었다. K-FOOD도 준비하여 현지 우즈베크 사람들에게 맛을 보여주었다. 행사장에는 우즈베키스탄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파견한 직원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타슈켄트 고려문화협회에서 지원을 받은 것도 없다고 했다. 호레즘주와 사마르칸트주 고려문화협회 지부장이 개인의 능력으로 이 행사를 모두 준비했다고 했다.
고려인 집단농장에는 고려인 공동묘지가 있다. 자손들이 대부분 한국으로 떠나면서 공동묘지는 관리가 되지 않아서 갈대로 뒤덮여 있었다. 75세 할머니가 필자에게 다음과 같이 하소연했다. “내가 한국의 누구한테 이 사실을 말해야 할까요?”
/성동기 인하대 프런티어창의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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