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은 학습 방식을 바꾸고 있으며 학교 역시 그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 새로운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고 교육 현장에서도 AI를 활용한 다양한 수업과 교육 프로그램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분명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교육은 한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용인교육장으로 학교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미래교육의 핵심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학교마다 디지털 기기가 보급되고 AI를 활용한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학생들의 눈빛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다른 곳에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토론하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때, 운동장에서 온몸으로 뛰며 협력할 때, 음악과 미술 활동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때 아이들은 가장 크게 성장하고 있었다.
기술은 교육의 도구가 될 수 있지만 교육의 목적은 될 수 없다. AI 시대일수록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 첫 번째가 문해력이다. AI는 빠르게 답을 찾아주지만 질문을 대신 만들어 주지는 못한다. 넘쳐나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읽고, 서로 다른 의견을 비교하며, 자신의 언어로 생각을 정리하는 능력은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역량이다. 그래서 독서교육은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 활동이 아니다. 읽고, 생각하고, 질문하고, 토론하는 과정 속에서 학생들은 사고력을 기르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는 힘을 키우게 된다.
두 번째는 체력이다. 학생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과목을 물으면 많은 아이들이 체육을 이야기한다. 체육은 운동 기능만 배우는 시간이 아니다. 규칙을 배우고, 경쟁과 협력을 경험하며, 상대를 존중하는 법을 익히는 민주주의의 교실이다. 또한 건강한 신체는 건강한 정신의 토대이며, 어떤 배움도 튼튼한 체력이 뒷받침될 때 지속될 수 있다.
세 번째는 예술과 창의성이다. AI는 기존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인간의 감동과 상상력을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다. 음악과 미술, 공연예술, 토론, 발명과 창작 활동은 학생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한다. 정답을 찾는 교육보다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 내는 교육이 중요해지는 시대에 예술은 창의성과 감수성을 키우는 가장 강력한 교육이 된다.
돌이켜보면 문해력과 체력, 예술교육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교육은 오래전부터 이 세 가지를 중요하게 여겨 왔다. 그러나 입시와 성적 중심의 교육 현실 속에서 이러한 가치들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곤 했다. 많은 학교와 교사들이 독서교육과 예술교육, 체육교육을 꾸준히 실천해 왔지만,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하다 보니 학교마다 편차가 컸고 지속성에도 한계가 있었다.
이제는 교육의 본질을 철학에만 머물게 할 것이 아니라 정책과 제도로 연결해야 한다. 최근 경기교육이 제시한 RAS(Reading·Arte·Sports) 중심 교육은 이러한 점에서 의미 있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문해력과 문화예술, 스포츠를 학생 성장의 핵심 축으로 삼고 학교 교육 전반에 체계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접근은 AI교육을 단순한 기술교육이 아니라 사람 중심 교육으로 완성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AI를 잘 사용하는 학생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AI 시대에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학생을 키우겠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학교는 시대를 따라가야 하지만 시대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 새로운 기술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되 교육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어야 한다.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하지만 인간의 존엄, 사고력, 공감 능력, 창의성은 어느 시대에도 교육이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다.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가 미래교육을 준비하면서도 그 출발점만큼은 언제나 교육의 본질에 두기를 기대한다. AI는 훌륭한 도구이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사람을 향한 교육이다. 깊이 읽고, 건강하게 생활하며, 아름다움을 느끼고, 함께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것. 그것이 미래교육의 시작이며, AI 시대에도 결코 변하지 않을 학교의 사명이라고 믿는다.
/조영민 용인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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