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4천여가구 3개월간 5만원 지원
재정위기 여파로 저예산사업 암초
청년 월세 지원금 확대도 불투명
市정책판단 늦어져 정책입안 중단
박찬대 인천시장이 공약한 ‘긴급 민생 회복 100일 프로젝트’가 임기 초반부터 ‘재정 위기’라는 암초를 만나 좌초될 위기다. 당초 계획은 취임 즉시 ‘1호 시정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우선 시작하고자 했던 ‘저예산’ 민생 회복 사업조차 첫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
7일 인천시에 따르면 박 시장 취임 이후 ‘농어업인 수당 한시 상향’을 검토한 결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는 박 시장이 지방선거 기간 내놓은 긴급 민생 회복 100일 프로젝트 관련 공약 중 하나로, 당시 박 시장은 농어업인 수당을 한시적으로 5만원 늘려 고유가에 대비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민선 9기 인천시 출범 전부터 지적된 재정 위기 여파를 피하지 못한 탓이 크다. 지역 농어가는 1만4천여가구로, 3개월간(100일) 5만원씩 수당을 늘리려면 단순 계산 시 21억여원이 필요하다. 대신 추후 상황에 따라 현재 10만원인 농어업인 수당을 ‘한시’가 아닌 ‘상시’ 인상하는 방향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당초 박 시장 공약은 인천e음 캐시백 지급 확대 등 굵직한 사업에 필요한 예산은 취임 후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확보하고, 추경 전까지는 비예산·저예산 사업을 우선 추진하는 등 취임 즉시 민생 안정에 힘쓴다는 것이었다. 민선 9기 인천시장직 인수위원회도 인수위 활동 기간 인천시 재정 위기가 드러나자 인천e음 캐시백 혜택 확대는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봤지만, 예산이 필요하지 않거나 적게 드는 사업은 적극 추진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긴급 민생 회복 100일 프로젝트 공약 중 대표적 저예산 사업인 ‘농어업인 수당 한시 상향’이 지급 방침을 수립하는 단계부터 추진이 어렵다는 판단이 나오면서, 다른 사업들도 추진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지난 5월 박 시장이 해당 공약을 발표할 당시 포함된 저예산 사업은 농어업인 수당 상향 외에도 ‘청년 월세 지원금 확대’ ‘소상공인 경영안정 지원’ ‘산후조리비 지원 대상 4천명 확대’ ‘아동 급식 예산 확대’ ‘전세사기 피해자 신속 지원’ 등이 있다. 여기에 인수위 차원에서 추가 발굴해 권고한 ‘인천 i바다패스 장병 혜택 확대’ 역시 저예산 사업이다.
각 공약과 관련된 부서들도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이 사업들은 모두 인천시가 4년을 끌고 갈 지속사업이 아닌, 민선 9기 공약의 일환으로 100일간 민생 회복을 위해 일시적으로 추진하려는 것들이다. 사업 시행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부서 차원에서 임의로 계획을 수립할 수는 없다. 이제 막 출범한 민선 9기 인천시가 공약 이행 여부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려줘야 이후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인천시의 ‘정책 판단’이 늦어지면서 관련 부서의 정책 입안 작업은 멈춰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저예산 사업조차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박 시장은 취임 후 첫 업무보고를 시작했는데, 인천 주요 현안 파악과 함께 인천시 재정 상황 진단 등에 주력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인수위 권고안에는 포함됐던 사업 일부가 민선 9기 인천시 최종 공약사업 목록에선 빠질 가능성도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해당 공약이 인수위 권고안이 아닌 민선 9기 차원에서 목록화한 시정과제(공약사업)에 포함될지, 공약을 정말 실행하는 것이 맞는지 아직 결정이 나지 않았다. 당초 이달 초에는 지침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재정 관련 현안 등) 논의가 늦어지고 있는 듯하다”며 “사업 추진 여부 등 명확히 결정해 줘야 관련 부서도 계획 수립을 위한 검토를 본격적으로 할 수 있다. 일단은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