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두 번째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을 위반해 기소된 원청 대표가 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중처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이 잇따라 실형을 피하자 노동계 안팎에선 ‘솜방망이 처벌’이 어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지법 형사18단독 나재영 판사는 8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산업재해치사)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전분 제조업체 전 대표이사 A씨와 하청 공장 관리 협력업체 전 대표이사 B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청 공장장과 하청 현장소장에겐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나 판사는 “피고인들이 위험성 평가를 실시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필요한 요소를 세부적으로 파악하지 않았으며 법령에 정해진 내용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않다”며 “비상 조치에 대한 계획도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형식적인 내용만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들의 안전 조치 의무 위반 등으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다”며 “안전 관리 체계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책임자들에게 그 이행을 요구하는 법률의 취지를 고려하면 죄질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은 유족들과 합의했으며, 유족들이 피고인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또 피고인은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 등은 2022년 4월25일 오전 8시24분께 인천 부평구 십정동 한 공장에서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하도급 업체 노동자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는 당시 옥수수 투입구 철망 아래로 내려가 불순물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다가 옥수수 더미에 매몰돼 목숨을 잃었다. 인천에서 중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두 번째 사건이다.(2023년12월29일 온라인 보도)
사업장에서 중대사고가 발생했을 때 안전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영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중처법 위반 사건은 일반 형사사건보다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비율이 높다. 지난해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중대재해처벌 등의 관한 법률의 입법영향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22년 1월 중처법 시행 이후 1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은 사건 49건 중 42건(85.7%)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는 일반 사건의 집행유예 선고 비율(36.5%)보다 2.3배 높은 수준이다.
인천지방법원이 심리한 중처법 위반 사건도 모두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인천에서 처음 중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건설사 대표는 지난해 5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이 최종 확정했다. 인천 중처법 3호 사건의 금속 가공업체 대표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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