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누적 272회 ‘헌혈 영웅’ 김지웅 공무원

독립운동가 윤해 선생 외증손자

세 아들의 아버지… 헌혈증 기부

선한 영향력으로 가족들도 동참

헌혈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따뜻함을 전하고 있는 공무원 김지웅씨가 헌혈증을 기증한 뒤 감사의 의미를 담은 기부증서를 받았다. /김지웅씨 제공
헌혈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따뜻함을 전하고 있는 공무원 김지웅씨가 헌혈증을 기증한 뒤 감사의 의미를 담은 기부증서를 받았다. /김지웅씨 제공

오는 13일 광주시청 뒷마당에 인기 연예인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간식 트럭’이 찾아온다. 광주시 공직자들을 위해 마련된 이 깜짝 이벤트(스니커즈 아이스트럭)의 주인공은 뜻밖에도 광주시청 소속이 아닌 공무원이다. 법무부 서울소년분류심사원에서 근무하는 김지웅(44)씨가 그 주인공이다.

광주시민이기도 한 김씨는 한 기업체의 이벤트 공모에 당첨돼 이번 서프라이즈를 기획했다. 그가 사연을 쓰고 응모까지 해가며 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한 이유는 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하는 공직자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어서였다.

그는 “시민들은 민원이 해결되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 뒤에는 누군가의 책임감과 노력이 있다. 특히 광주시는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행정 수요와 업무 부담이 커졌을 것이다. 시민과 지역사회를 위해 열심히 일해주시는 모습에 늘 감사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렇듯 타인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이타심은 어디서 온 걸까. 사실 김씨는 공직사회에서 유명한 ‘헌혈 영웅’이다. 고교 1학년 당시 백혈병에 걸린 반 친구를 돕기 위해 전교생과 함께 시작했던 헌혈이 어느덧 27년째 이어져 누적 횟수만 무려 272회에 달한다. 한 달에 한 번꼴로 꾸준히 이웃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셈이다. 알고 보니 그는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받은 독립운동가 윤해 선생의 외증손이기도 하다. 선조의 애국정신이 고스란히 후손의 이웃 사랑으로 이어진 모양새다.

김씨는 “바늘이 들어갈 때 1초만 찡그리면, 그 뒤에 찾아오는 기분 좋은 보람이 있다. 이제는 제 삶의 일부가 됐다. 직장의 ‘헌혈 공가’ 제도와 헌혈동호회 ‘피 끓는 청춘’ 회원들이 함께해 준 덕분에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 아들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아픈 아이들을 볼 때 가장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그래서 그동안 모은 헌혈증을 주변의 필요한 이웃과 어린이백혈병재단에 아낌없이 기부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가족들과 함께 헌혈의 집을 자주 찾는다. 헌혈이 무섭지 않고 자연스러운 이웃 사랑임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그의 선한 영향력 덕분에 아내는 13회, 큰아들은 벌써 8회째 헌혈에 동참했다. 몇 년 뒤 헌혈가능 연령이 되는 두 아들까지 합쳐 다섯 가족이 모두 함께 침대에 누워 헌혈하는 것이 그의 소박한 꿈이다.

김씨의 나눔은 헌혈의 집 밖에서도 계속된다. 라디오 사연 신청이나 SNS 이벤트 등을 부지런히 활용해 소속 직장과 혈액원, 그리고 이번 광주시청까지 간식을 보내며 온기를 나누고 있다. 헌혈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에게 친근하게 알리기 위한 그만의 유쾌한 방법이다.

“45세에는 300회, 50세에는 400회, 그리고 70세에는 800회 헌혈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건강해야 계속 나눌 수 있으니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여러분도 무서워하지 마시고 가까운 헌혈의 집에 가보시라. 생각보다 훨씬 편안하고 따뜻한 경험이 될 것이다”라는 김씨. 그의 말처럼 세상을 바꾸는 것은 거창한 영웅이 아니라, 1초의 찡그림을 기꺼이 감내하는 이들의 작은 실천일 것이다.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