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법 저촉·기존 조례 검증 한계
다른 국가 사례 참고 보완책 제언
민원 처리 수단 악용 가능성 차단도
인천에서 주민조례청구제도의 활성화 가능성이 나타난 가운데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청구 요건을 완화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조례 제정의 목적이 지역사회 공익을 실현하기 위한 것인 만큼 전문적인 입법 지원 방안 등을 동반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국내에서 주민조례청구제도는 1999년 처음 시행됐다. 당시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광역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만 19세 이상 주민 인구의 100분의 1 이상 70분의 1 이하의 서명을 받아 청구요건을 갖춘 주민 조례안을 광역단체장에게 제출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 주민이 제안한 조례를 접수한 광역단체장은 조례규칙심의회 의결을 거쳐 60일 이내에 지방의회에 발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지방자치법에 근거한 주민조례청구제도는 문턱이 매우 높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천~수만명에 달하는 주민에게 동의를 받는 과정도 쉽지 않지만, 청구 요건을 충족한 조례안을 지자체에 제출해도 단체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지방의회에서 논의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주민의 직접 입법권 실현이라는 취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한계가 지적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2년 1월 주민조례청구제도를 별도로 다루는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주민조례발안법)이 시행됐다. 주민조례발안법은 기존 제도보다 문턱을 낮춰 주민들의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한 취지를 담고 있다. 우선 서명 대상 주민의 요건을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하향 조정했고, 청구인 기준도 200분의 1 이상으로 완화해 서명인 수 부담을 낮췄다. 수기로 서명을 받던 체계에서 벗어나 주민 참여 온라인 플랫폼 ‘주민e직접’ 사이트에 접속해 주민청구조례안에 동의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였다.
청구 요건을 갖춘 조례안을 제출하는 대상도 지방의회 의장으로 바뀌었다. 의회 의장은 청구안을 수리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조례안을 발의해야 한다. 지자체장을 거치지 않고 주민 의사를 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절차가 간소화됐다.
다만 주민조례발안법에 기반을 둔 주민조례청구제도 역시 맹점이 있다. 입법 절차에 전문성이 없는 일반 시민이 조례 초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상위법에 저촉되는 내용이 없는지, 혹은 이미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조례와 겹치는 문제는 없는지 직접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특정 지역이나 단체의 이해관계와 연결된 내용의 조례안이 상정됐을 때, 의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논의하기 전까지 이를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문제점도 지적된다.
따라서 주민조례청구제도를 운영하는 다른 국가의 사례를 참고해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21년 발표한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 주요 내용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보면 미국·일본·독일 등 해당 제도를 시행하는 국가에서는 주민들이 조례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법률적인 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하혜영 선임연구관은 “법률 관련 전문성이 낮을 수밖에 없는 주민들이 조례 청구안을 접수하기 전에 입법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운용하는 사례가 있다”며 “자칫 민원 처리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주민들에 대한 교육 지원 등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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