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세계 최대 단지로 AI시대 한국 수혜

특별법 없었다면 표류·적기 투자 놓쳤을것

기업 결정에 국가·지자체 적극 지원해야 성공

한석규 前 경기도 경제투자실장
한석규 前 경기도 경제투자실장

나는 경기도에서 투자진흥국장(1998~1999년)과 경제투자실장(2005~2005년)을 역임하며 국내기업 지원과 외국기업 투자유치를 총괄했다. 당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부지 개발 담당자인 전승준 상무와 삼성전자 반도체 동탄공장 부지에 대한 가격·기반시설 등과 관련 도와 국토교통부, 한국토지공사(현재 LH)간 큰 이견이 있어 감사원장에게 조정을 요청, 도가 요구한 방안으로 합리적인 조정이 이루어져 오늘날 삼성전자 반도체 동탄공장 설립이 가능하게 됐다.

전 상무는 또다른 애로사항을 나에게 실토했다. 당시 수도권정비계획법과 산업입지법·산업집적법에 따라 수도권에는 대기업 공장의 신·증설이 원칙적으로 금지됐고 기존 대기업 공장만 기존 면적의 100%까지 증설이 허용돼 삼성전자 반도체는 동탄공장을 끝으로 더 이상 수도권에서는 설립이 어려웠다. 그러나 당시 세계의 치열한 반도체 산업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국내외 석박사급 고급인력 확보가 가능한 수도권 내에 새 부지를 추가 마련해야 하는 게 삼성전자의 과제였다. 고급인력이 원하는 위치는 수도권, 서울에서 수원인근까지가 데드라인이었다. 그래서 삼성전자 측에서는 용인·동탄주변에 새 부지 마련을 바랐는데 당시 노무현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때가 2006년 3월경이었다.

이에 앞서 주한미군의 평택 이전 문제로 분쟁이 격화되자 노무현 정부는 평택시 지원특별법을 2004년 12월에 제정했다. 이 법은 수도권 모든 지역에서 금지된 대기업 첨단공장의 신·증설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러한 점에 착안해 전 상무에게 서울에서 좀 멀지만 평택에 반도체 공장부지를 마련하는 게 어떠냐고 물었고, 최종책임자(당시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하고 답변을 주겠다 했다. 이후 전 상무는 평택에 검토가 가능한데 661만여㎡를 마련해 줄 수 있는지와 부지가격, 도로·철도 등 인프라 지원을 희망해 도가 최대한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겠다고 약속한 후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2006년 6월 지방선거 후 김문수 도지사 당선자에게 이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김 도지사는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을 만나 적극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도는 특별법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공장 부지관련 산단 입지 물량을 특별히 배정받고, 고덕국제신도시 부지 중 일부를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공장 전용 산단으로 추진했다. 부지는 국토부 등과의 협의 과정에서 396만6천여㎡로 축소됐고 나머지는 추후 인근 추가 조성을 약속했다. 이후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세종시 행복도시로 이전하기로 한 행정기관을 일부만 이전하고, 그 대신 대규모 대기업 산단을 조성해주는 특별법을 추진하며 대기업들에게 세종시 투자계획을 요청했다. 이에 삼성전자도 평택공장의 50%를 세종시로 변경하는 계획을 제출했는데,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공장의 당초 면적은 지키게 됐다. 나머지 264만4천여㎡는 이후 시장·도지사·대통령들이 바뀌면서 답보상태에 빠졌다. 2023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용인 이동·남사지역에 삼성전자 반도체와 협력업체 및 이전기업이 들어설 용인첨단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단으로 대체된 것 같다. 평택으로서는 좀 아쉬운 점이 있다. 참고로 이명박 정부는 수도권 국내 첨단 대기업의 신·증설을 산단에 한해 허용됐고, 이에 용인지역에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반도체가 들어 오게 됐다.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공장을 성공리에 추진하기 위해 평택시 지원특별법을 2007년 7월 개정, 산단 조성에 필요한 진입 도로·하수도및폐수종말처리시설·용수공급시설의 설치비를 국가가 전액 보조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평택~충주간 고속도로 고덕IC와 KTX 경기남부역도 추진하기로 했다. 평택시 지원특별법이 없었다면 수도권 대규모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입지로 전국이 시끄러웠을 것이고, 표류되거나 적기 투자를 놓쳤을 것이다. 다행히 평택시 지원특별법이 있어 평택에 전국 최초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단지를 적기에 추진,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인공지능(AI)시대에서 우리나라가 최대의 수혜를 보고 있다. 기업의 문제는 기업이 스스로 결정하고 국가나 지자체는 적극 지원하는 방식이어야 성공한다는 것을 교훈 삼아야 한다.

/한석규 前 경기도 경제투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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