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자 참성단 ‘배재고와 광주일고의 화해’에서 두 학교 선수들의 뜨거운 화해를, “어른들은 입닫고 기다려야 할 시간”이라 했다. 지난 6일 배재고는 광주를 찾아 사과했고, 광주일고는 용서했다. 사과의 언어는 진심이었고 정중했다. 배재고 야구부 주장은 “부적절한 발언과 행동들로 인해 마음의 큰 상처를 입은 광주일고 선수들과 학부모님, 광주 시민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감독과 교장도 학생을 제대로 지도하지 못한 책임을 고백하고 부끄럽다고 자책했다.
광주일고의 용서는 쉽지 않았기에 진정한 용서였다. 주장 선수는 “저희도 다른 팀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성을 담은 용서는 감정의 찌꺼기 없이 순수했다. “고개를 들고 어깨를 펴라.” 이규연 교장은 울먹이는 배재고 학생들의 고개를 세우고 어깨를 펴주었다. 두 학교 학생들은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함께 참배했다. 다음 날 광주일고 총동창회는 배재고 학생들에게 “주홍글씨를 새기는 일”을 반대하며 선처를 요청했다.
배재고와 광주일고가 사과와 용서로 화해하는 동안 어른들은 입닫고 기다리지 않았다. 한 민주당 의원은 야구부 해체를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과도한 중징계를 비난했다. 배재고 담장을 화환이 포위했다. 근조화환은 배재고를 극우의 산실로 비난했고, 응원화환은 ‘스타벅스의 자유’를 주장하며 광주일고의 상처를 외면했다. 어린 학생들을 꽃으로 무자비하게 때렸다. 급기야 5·18 성역화를 비판한 총리급 인사가 사퇴당했다.
배재고·광주일고 교육 공동체의 화해로 5·18 정신은 더욱 단단해졌다. 정당과 진영의 정략적 아집과 분쟁으로 5·18의 가치와 본질이 시빗거리가 됐다. 광주와 5·18, 국민과 나라에 누가 이로운지 자명하다. 배재고의 사과와 광주일고의 용서가 각별하다. 그래도 사과와 용서는 시작일 뿐 진정한 화해까지 시간이 걸릴 테다. 그 과정에서 정당과 진영의 시비는 끈질길 테다. 배재고 선처를 두고 그럴 테고, 조국 씨의 ‘무섭노’ 논란 같은 일이 반복될 수도 있다.
두 학교 야구부가 경기장에서 재회해 페어플레이를 펼치는 날을 기대한다. 그날까지 두 학교가 공동으로 화해의 여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보길 권한다. 역사·정치·사회 통합 교재로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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