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회견서 행정 개선 촉구

포괄 임금제·사업장 쪼기개 등

계약서상 실질적 근로관계 한계

법 회피 확인할 정부 감독 필요

경기지방고용노동청 전경. /경기지방고용노동청 제공
경기지방고용노동청 전경. /경기지방고용노동청 제공

# 성남의 한 재활의학과의원에서 계약직 물리치료사로 일했던 정모씨는 재직 중에는 자신이 정당한 연장근로수당을 받고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 포괄임금제 때문이었는데, 해고 이후 문제를 제기하자 노동청 판단 과정에서 오히려 ‘왜 재직 중 청구하지 않았느냐’는 취지의 설명이 돌아왔다.

# 4대보험 가입자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신고된 화성의 한 제조업체는 고용노동부 감독자료에서 실제 종사자가 36명으로 분류됐다. 노동자들을 사업소득자로 처리해 5인 미만 사업장처럼 보이게 한 위장 의심 사례다.

포괄임금과 사업장 쪼개기 등의 꼼수로 초과근무수당 산정은 물론 노동자성 판단이나 실제 사용자 특정이 어려운 문제(2025년 10월23일자 7면 보도 등)가 개선되지 않으며 계약서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밝혀낼 정부의 감독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전국 노동청에 낸 공동진정과 특별근로감독 청원 대상 사업장에서 계약서와 신고자료가 노동관계 판단을 가로막은 사례들이 반복됐다.

성남의 한 재활의학과의원은 기본급을 60만원 넘게 낮춘 근로계약서 작성을 요구했다.

이를 거부하자 급여명세서상 기본급을 낮춘 뒤 삭감분을 연장근로수당 명목으로 지급했지만, 성남지청은 사업주의 ‘고의성’이 없다며 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외에도 전국 7개 지방고용노동청·지청에서 처리한 일부 사건들에서도 겉으로는 계약과 신고 형식을 갖췄지만 급여 이체 경로나 인사·회계 운영 실태를 따져보지 않은 채 서류 형식만으로 노동자성과 사용자성이 부정된 경우가 공통적으로 눈에 띄었다.

노동계는 이런 사례가 단순 임금체불을 넘어 근로기준법 적용 자체를 우회하는 고용관리 방식이라고 지적하는 한편, 이날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의 노동행정 개선을 촉구했다.

사업주 제출 자료와 신고 형식만으로는 가짜 3.3 위장고용, 사업장 쪼개기 등 복합적인 노동법 회피 방식을 걸러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은성 노무사는 “재진정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사건 처리 과정에서 최소한의 사실관계도 조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대법원 판례 법리를 무시하거나 내사보고서의 모순이 해소되지 않은 채 사건이 종결된 사례도 있었다”고 비판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