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급격히 늘어났지만 관리 체계 미흡

흙탕물 고이고 주변도로 황토 유실 속출

道, 연말까지 맨발걷기길 총 876곳 조성

시민 안전사고 우려속 예산낭비 지적도

9일 군포시 수리산 황토길을 찾은 시민들이 맨발로 황토길을 걷고 있다. 2026.7.9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9일 군포시 수리산 황토길을 찾은 시민들이 맨발로 황토길을 걷고 있다. 2026.7.9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경기도 지원을 받아 황토로 만들어진 맨발걷기길이 3년 동안 급격히 늘어났지만 장마철을 대비한 관리체계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800여개의 황토 맨발걷기길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장마철 관리책은 중구난방이어서 예산낭비 우려마저 나온다.

9일 오후 찾은 군포시 수리산 맨발길에서 시민들은 경사가 가파른 구간이 나오자 안전 난간을 잡고 걷거나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며 옆으로 걷기도 했다.

이날 오전부터 내린 비로 황톳길 곳곳엔 물이 가득 고여 있는 상태였다. 부드러운 촉감을 자랑한 황톳길은 세찬 비로 마치 개펄처럼 변했다. 특히 가장자리는 대체로 온전했지만 가운데 부분은 거대한 갈고리로 주욱 긁은 듯 흉한 모습으로 파여 있었다.

이 길을 위태위태하게 걷던 군포시민 권모(60대)씨는 “미끄러운 건 어쩔 수가 없다. 최대한 조심하면서 걷는다”고 말했다.

경기도 곳곳에 늘어난 맨발걷기 황톳길이 장마철 유실문제 등 지자체가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맛비가 내린 9일 오전 용인시 기흥구 영덕레스피아 황톳길을 한 시민이 걷고 있다.  2026.7.9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경기도 곳곳에 늘어난 맨발걷기 황톳길이 장마철 유실문제 등 지자체가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맛비가 내린 9일 오전 용인시 기흥구 영덕레스피아 황톳길을 한 시민이 걷고 있다. 2026.7.9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용인 등 다른 지역에 있는 황톳길 역시 여기저기 움푹 파여 흙탕물이 고여 있는가 하면 황토가 주변 도로로 유실된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반면 성남시 산성공원 맨발길은 이날 오전부터 내린 비로 황톳길 위에 방수포를 덮어놓고, 시민들의 출입을 전면으로 제한했다. 이에 시민들은 맨발걷기길 앞에서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지자체마다 다른 상황이 연출된 이유는 장마철을 맞은 맨발걷기길에 대한 관리체계가 명확하지 않아 담당 공무원의 판단에만 따르기 때문이다. 뚜렷한 기준이 없다보니 황토 유실과 시민 안전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일선 지자체에서도 관리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예산이 여의치 않아서 따로 전담 인력을 투입하지는 못했고, 구청 직원이 담당하는데 지난해 맨발걷기길이 조성된 후 관리해보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 어려움이 있다. 장마철에는 방수포를 깔아놓는 것에 대해 최근 검토했는데, 아직 깔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9일 군포시 수리산 황톳길 입구에 낙상주의 현수막이 붙어있다. 2026.7.9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9일 군포시 수리산 황톳길 입구에 낙상주의 현수막이 붙어있다. 2026.7.9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도에 따르면 도내 조성된 맨발걷기길은 800여개이며, 올해 말까지 총 876개의 맨발걷기길을 조성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도비(특별조정교부금)와 시·군비까지 총 529억원이 투입됐다.

도는 지난 2024년 맨발걷기길 1천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예산 상황 등을 고려해 올해까지 조성 예정인 876개가 조성되면 추가 조성을 이어가진 않을 방침이다.

도의 계획대로 도내 읍·면·동 당 한 개 꼴로 맨발걷기길이 조성된 셈인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것에 비해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아 산사태 등 사고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도 맨발걷기길이 자칫하면 산사태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맨발걷기길을 조성하는 데에 급급했던 측면이 있다”며 “계곡을 가로질러 조성한 맨발걷기길의 경우 배수로 너비가 충분하지 않으면 산에서 내려오는 돌이나 나무 같은 것들을 막아버려 오히려 산사태를 심하게 만들 수도 있다. 지자체에서 맨발걷기길의 위험여부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장마철 위험 소지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각 지자체 담당 공무원에게 배포할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하고 있다”며 “도에서 강제적으로 모든 지자체에 관리체계를 강요할 수는 없다. 도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각 지자체에 관리 강화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