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인천문화예술회관 대전시실에서 만난 화가 박신양. 2026.7.10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지금까지 세상에 그림이 소개되는 방식은 작가 스스로 말하는 방식이 아니었어요. 갤러리와 큐레이터와 평론가가 말하는 방식이잖아요.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말을 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9일부터 인천문화예술회관 대전시실에서 열리는 초대전 ‘제4의 벽’의 주인공 ‘화가 박신양’은 자신의 이번 전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번 전시 제목으로 사용된 ‘제4의 벽’은 연극적 개념이다. 무대와 객석 사이 존재하는 ‘상상과 현실의 경계’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박신양은 이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어트리는 방식으로 ‘그냥 다 보여주는’ 선택을 했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박신양이 작업을 하며 평소 듣던 음악이 시끄러울 정도의 큰 볼륨으로 흘러나오고 유화 물감과 희석제 냄새가 코끝에서 진동한다. 최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는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를 보여주기도 했다. 박신양은 그렇게 작업실 한쪽 벽을 없애고 관객을 받아들이는 시도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그는 “어떤 방식으로든 미술은 사람과 만나야 하고, 그 만남에서 재미를 느끼게 하기 위한 내 나름의 노력한 방식의 결과물”이라며 “나는 그림이 저절로 또 흥미롭게 소개될 수 있는 방식을 취하지 않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14년 동안 작품 활동을 이어왔지만 지금까지도 작품을 판매하지 않았다. ‘갤러리와 큐레이터 평론가가 말하는 방식’이었다는 언급은 이러한 전통적인 미술품 유통 방식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는 기존 방식을 보류해 왔다. 스스로 어떤 과정을 겪어야 하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는 시간이 그에겐 필요했기 때문이다. 실험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지만 작가로서 ‘자기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선택한 것이 현재의 방식이다.
지난 10일 인천문화예술회관 대전시실에서 만난 화가 박신양. 2026.7.10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글을 쓰는 작가 ‘박신양’에 대한 면모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제4의 벽’(민음사·2023년)과 ‘에곤 실레, 예술가의 표현과 떨림’(민음사·2025년), 그리고 최근작 ‘감정의 발견’(민음사·2026년)까지 모두 3권의 책을 냈다. 최근에는 철학을 공부하고 있다. 그가 안고 있는 질문들에 대해 누군가는 앞서서 생각하고 고민했으리라 생각하고 시작한 공부인데, 그 예상은 맞았다고 한다. 철학을 통해서 많은 위안을 받고 있다.
그의 책에 대해 그는 “그림을 그리면서 작업실에서 떠올린 생각들을 다 쏟아놓은 것인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쓴 글이지 책을 쓰기 위해서 쓴 글이 아니었다”며 “결국 그림이 요구받는 질문들, 스스로의 질문을 쫓아가는 방식과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림으로 무언가를 표현한다는 것이 결코 낭만적인 일이 아니라고 박신양은 강조한다. 작가에게는 절실한 고민이면서 구체적인 노동을 필요로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특히 배우 출신 화가에게는 더욱 더 무겁게 다가온다.
“‘화가’로 통칭할 수 있는 분들에게는 ‘너는 그림을 왜 그리냐’ ‘언제부터 그렸느냐’ ‘그림을 그리는 정확한 이유가 뭐냐’ ‘진짜 (네가 직접) 그리는 가’ 라는 식의 질문은 하지 않아요.”
그에게 그리는 일, 그리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일은 멋진 일일 것 같지만, 사실은 이러한 날 선, 또 근원적인 질문을 허용하는 ‘거친’ 일이었다. 미술계에 일반적이지 않은 질문들을 다 허용해야 하는 일이었다.
“내가 뭐라고요. 내가 왜 그런 고난을 자처해야 할까요. 저한테는 그런 일이었습니다. 보여줘야 하는 일이지만, 매 순간 식은땀 나는 일이었죠. 그렇게 미술에 대해 내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다음 달 2일까지 이어진다. 고(故) 두봉 주교가 건넨 사과 두 알에서 시작된 ‘사과’ 연작을 비롯해, ‘당나귀’ ‘투우사’ ‘자화상’ ‘피나 바우쉬’ 등의 연작, ‘움직임 연구’ 연작 등 대형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