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민 가장 많이 사는 道

이미 현재를 함께 만드는 이웃

사회통합 정책 새 기준 만들면

대한민국 미래 앞당기게 될 것

김구용국 문학박사·경기도외국인복지센터협의회장
김구용국 문학박사·경기도외국인복지센터협의회장

나는 오랫동안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일을 경계하며 살아왔다. 자신이 속한 단체의 이름으로 요구하고, 응답이 없는데도 다시 요구하는 모습을 보며 선뜻 공감하지 못했다. 때로는 당당하지 못해 보였고, 무엇인가를 얻어내려는 모습처럼 비치기도 했다. 그래서 가능하면 요구하기보다 묵묵히 맡은 일을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었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부모는 자신을 위해서는 쉽게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그러나 자식을 위해서는 기꺼이 고개를 숙인다. 가족을 위해서는 가장 뒤에 선다. 자존심도, 체면도 잠시 내려놓는다. 그것은 비굴해서가 아니다. 지켜야 할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기 때문이다.

오늘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도 그 마음과 다르지 않다. 나는 지금 경기도외국인복지센터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협의회를 대표해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여전히 조심스럽다.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말하는 사람으로 비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지금은 침묵하는 것이 더 큰 무책임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갈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서이다.

얼마 전 민선 9기 경기도정의 비전으로 공정·혁신·포용을 중심으로 한 120개의 정책과제가 발표되었다.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미래 구상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질문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주민이 살아가는 경기도의 현실은 그 미래 속에서 어디에 자리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었다.

경기도에는 이미 84만 명이 넘는 외국인주민이 살아가고 있다. 전국 외국인주민 세 명 가운데 한 명이 경기도에 산다. 이들은 이미 경기도의 현재를 함께 만들어 가는 이웃이다.

그리고 이것은 오늘의 현실만이 아니다. 저출산과 고령화, 지역소멸과 노동력 부족이라는 변화는 앞으로도 더 많은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 것이다. 이것은 누군가의 희망이나 우려와 관계없이 이미 시작된 시대의 흐름이다. 우리는 그 변화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는 선택할 수 있다.

그래서 이제는 질문이 달라져야 한다. ‘이주민을 얼마나 받아들일 것인가’를 묻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제는 ‘함께 살아갈 사회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신뢰를 쌓고, 같은 주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일, 그것이 앞으로의 정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나는 이것을 사회통합이라고 생각한다. 사회통합은 이주민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정책이다. 갈등이 생긴 뒤에 수습하는 정책이 아니라, 갈등을 줄이고 공동체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정책이다. 사람의 이동은 결국 사람의 삶으로 이어지고, 삶은 가족이 되고, 지역사회가 된다. 그러므로 이민정책은 사람을 관리하는 정책을 넘어 함께 살아갈 사회를 설계하는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주민이 살아가는 경기도는 이미 그 미래를 가장 먼저 살아가고 있는 지역이다. 그렇기에 그 미래를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책임도 있다. 공정은 모든 주민을 정책의 시야 안에 두는 것이고, 혁신은 변화된 현실을 먼저 읽는 것이며, 포용은 이미 함께 살아가는 사람을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경기도가 대한민국 사회통합 정책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간다면 그것은 특정 집단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앞당기는 정책이 될 것이다.

나는 특별한 혜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변화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더 변화될 미래를 지금부터 준비하자는 것이다. 미래는 저절로 오지만, 좋은 미래는 준비해야만 온다.

변화된 현실은 이미 우리의 일상이고, 더 변화될 미래는 우리의 내일이다. 이제는 함께 살아갈 사회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답해야 할 때이다. 변화된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 정책의 시작이라면, 더 변화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정치의 책임이다.

/김구용국 문학박사·경기도외국인복지센터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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