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아래 숨어있던 ‘전곡’을 찔렀다

 

최대 조사면적 ‘85-12번지’ 석기 2천점 출토

도구·일지·행정문서 등 전 과정 기록 공개

유적 의미부터 고고학자까지 ‘이야기 확장’

전곡선사박물관 ‘땅속의 땅, 전곡’의 전시 모습. 2026.7.13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전곡선사박물관 ‘땅속의 땅, 전곡’의 전시 모습. 2026.7.13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선 전곡리 85-12번지 일원은 지난 2021년과 2022년 발굴조사가 이뤄졌다. 이곳은 30여 차례 조사된 전곡리 유적 중 가장 넓은 면적으로 4개의 유물층에서 2천점이 넘는 석기가 나왔다. 현무암 위에 켜켜이 쌓인 흙 속에서 출토된 유물을 통해 우리가 밟고 다닌 땅 아래 수많은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전곡선사박물관에서는 ‘땅속의 땅, 전곡’ 기획전을 통해 관람객들이 직접 눈으로 이번 성과를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했다.

전시장은 유물들이 나온 가장 깊은 층에서부터 현대와 가장 가까운 얕은 층까지의 모습을 담아냈다. 먼저 벽면에서 마주하게 되는 토층 전사물은 조사 당시 지표 아래 약 4m 깊이까지 이어진 흙벽을 옮긴 것으로, 그 위에 나타난 매핑은 이 지층을 따라 시대별로 당시 생활했던 여러 모습들을 차곡히 올려가며 보여준다. 지층의 깊이만큼 오래된 시간과 공간의 역사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번 발굴조사에서 화제가 된 것은 단연 42㎝의 초대형 석기이다. 85-12번지 유적의 가장 깊은 제4유물층에서 나온 이 석기는 무게가 9.6㎏에 달한다. 한쪽 면을 다듬었기에 분류를 주먹 찌르개로 했지만, 길이와 무게를 고려했을 때 일반적으로 한 손에 쥐고 사용하는 도구라고 보기에는 힘들 것이라는 추측이다. 후속 연구를 통해 이 석기를 땅속에 반쯤 묻어놓고 썼을 가능성을 발견하게 됐으며, 형태와 기능에 대한 부분을 한정 짓지 않고 유사한 사례들을 찾고 있다. 전시장 가운데 우뚝 서있는 석기의 모습을 보며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떠한 용도로 쓰였을지 상상해 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다.

전곡선사박물관 ‘땅속의 땅, 전곡’의 전시 모습. 2026.7.13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전곡선사박물관 ‘땅속의 땅, 전곡’의 전시 모습. 2026.7.13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발굴된 유물이 어느 층에서 나왔는 지를 볼 수 있도록 전시해 놓은 곳도 있다. 유물의 수도 출토된 비율에 맞춰 현재 땅과 가까워질수록 점점 줄어든다. 제4유물층인 황색사질점토층에는 초대형 석기와 주먹도끼, 가로날도끼 등이 함께 확인됐고, 제3유물층에서도 주먹도끼와 주먹찌르개를 비롯한 대형 석기가 나왔는데, 이렇듯 다양한 석기의 모습을 한눈에 살필 수 있다.

전시는 ‘땅속의 땅’이라는 제목처럼 유적 자체의 의미와 이를 발굴한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확장하고 있다. ‘고고학은 기록의 학문’이라는 김소영 전곡선사박물관 학예연구사의 말처럼 조사를 진행했던 겨레문화유산연구원에서 실제 유적을 발굴했을 때 썼던 도구, 발굴일지, 행정문서 등 전 과정을 세세한 기록으로 살펴볼 수 있다. 특히 발굴된 석기를 직접 손으로 그려낸 자료들이 눈에 띄는데, 펜으로 하나하나 정성스럽고 세밀하게 그려놓은 자료를 보고 있으면 마치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듯하다.

전곡선사박물관 ‘땅속의 땅, 전곡’의 전시 모습. 2026.7.13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전곡선사박물관 ‘땅속의 땅, 전곡’의 전시 모습. 2026.7.13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한때는 구석기시대 사람들이 머문 터전이었고, 오랜 시간 동안 밭으로 남아있었으며, 현재는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가 자리한 85-12번지 유적은 하나의 땅이 품고 있는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땅과 석기, 그리고 그 시간을 기록한 조사자들의 이야기로 과거와 현재를 이어줄 이번 전시는 11월 1일까지 계속된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