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검찰이 밝혀낸 강간 목적 살인 동의
이 사건으로 폐지 균열… 與, 공론장 도마위
정답 합의 못하면 당·민심 한번에 잃을수도
“네.” 장윤기가 13일 2차 공판에서 ‘강간 목적 살인’이라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한 변호인 의견에 동의했다. 그동안은 우발적 범행, 즉 단순 살인이라 강변했다. 경찰 식구인 아버지와 수사팀이 증거를 인멸해 최대한 축소한 죄목을 복창한 것이다. 검찰이 보완수사로 찾아낸 명백한 영상 증거 앞에 무너졌다. 아버지와 동료들, 경찰들의 노고(?)는 장윤기의 “네” 한마디에 물거품이 됐다. 이제 법원은 검찰이 기소한 강간 목적 살인 사건을 심판한다. 장윤기의 죄질과 죄책이 무거워졌다. 검찰의 보완수사가 아니었다면 고 이채원 양의 유족들은 형기를 마친 30대 장윤기와 광주 거리에서 마주칠 뻔했다.
장윤기 사건으로 보완수사권 존폐 문제가 국민 공론장에 백지 상태로 회귀했다. 국민은 경찰 독직으로 오염된 이채원양과 유족들의 사법정의에 분노한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비롯해 보완수사로 복구된 범죄들과 피해자들이 줄줄이 소환된다. 여성단체들은 보완수사권이 사라지면 성폭력, 아동범죄 사건 수사들이 부실해질까봐 우려한다.
보완수사권 폐지의 원점, 더불어민주당이 공론장의 정중앙에 올랐다. 존폐의 전권을 가진 절대 과반 집권여당이다. 전 국민이 주목한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발의로 최종 당론을 공표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도 입법 전권을 당에 위임할 정도였던 일사불란한 ‘폐지’ 당론이, 장윤기 사건으로 균열이 생겼다. 존치와 재고를 주장하는 친명 의원들이 속출하고, 친문 고민정 의원도 12일 폐지론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반면 검수완박 강경파의 리더인 정청래 전 대표는 13일 ‘숙의와 보완 요구’는 ‘사실상 반대’라며 딴지일보 게시판에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닥치고 지금 당장!”을 올렸다.
장외 친명·친청 스피커들의 보완수사권 언쟁은 사생결단의 양상이다. 유시민씨 분류법대로면 핵심 코어층인 A그룹 스피커들은 폐지를 완강하게 옹호한다. 보완수사권 폐지는 진영의 숙원인 검수완박을 완결할 최후의 점정(點睛)이다. B(뉴이재명)·C(실용)그룹, 유 씨가 용역·촉법 평론가라 했던 스피커들은 국민지지 상실을 우려하며 최소한의 보완수사권 존치를 주장한다. A그룹에서 제시한 언론제보·피해자 수사참여 같은 폐지 대안을, B·C그룹은 보완수사권 대안 부재의 증거로 조롱한다.
당내 친청계 의원과 장외 A그룹 스피커들의 ‘닥치고 폐지’ 주장은 핵심 당원들의 신념과 일치하지만, 사회적 정서와 어긋난다. 친명계 의원들과 B·C그룹 스피커들의 ‘존치, 숙의’ 입장은 국민정서에 가깝지만, 지금까지 침묵했던 탓에 정략적 배경을 의심받는다. 유 씨의 ‘이재명 대통령 증축론’으로 격화된 명·청대전이다. 검찰 보완수사권이 당권이 걸린 전쟁의 불쏘시개가 됐다. 친명 진영은 대통령의 지지 기반 확장을 위해 보완수사권 유지 민심을 경청한다. 친청 진영은 포스트 이재명까지 염두에 둔 당권 유지를 위해 검수완박 공동체인 핵심당원에 집중한다. 당심과 민심, 증축과 재건축의 대충돌이다.
국민 모두가 당·정·청의 합의된 보완수사권 입장을 기다리건만, 여권은 본격적인 존폐 논쟁으로 답변을 외면한다. 약 두 달 보름 뒤, 10월 2일 검찰청이 사라지고 공소청이 출범한다. 국민은 보완수사권 없는 공소청을 걱정한다. 김어준 씨 말대로 1년에 몇 건씩 발생하는 ‘장윤기 사건’들이 암장되고 축소되면 재앙이다. 수사가 공소청 출범 때까지 지연되면 김병기 의원 송치 여부도 경찰이 결정한다. 정치인들도 경찰 손에 떨어진다. 전 국민의 사법 민생이 경찰과 중수청의 수사만으로 결정된다.
장윤기도 명백한 증거 앞에 “네”라고 변경된 공소사실을 시인했다. 공소청 검사 보완수사권 박탈에 대한 국민의 우려도 명백하다. 당·정·청만 결정하고 답변할 수 있는 공론이다. 아쉽게도 보완수사권을 대체할 수단이 묘연하다. 당·정·청이 정답에 합의하지 못하면 당심과 민심을 한꺼번에 잃을 수 있다. 여권 전체가 큰 위기에 봉착했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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