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6·3 지선으로 ‘경청’ 요구
한 정당 심판 아닌 변화·쇄신 뜻
온라인 일부 의견 일반화 경계도
정치는 용기와 겸손으로 수용을
6·3 지방선거는 끝났지만, 국민의 목소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민주주의는 말하는 정치보다 국민의 목소리를 잘 듣는 정치 안에서 건강하게 작동한다. 그러므로 선거는 정치인이 국민에게 말하는 시간이 아니라, 국민이 정치인에게 말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여전히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보다 자신의 해석을 앞세우곤 한다. 듣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고 한다.
분명한 것은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의에 답해야 할 주체는 국민이 아니라 정치권이다. 그 출발점은 ‘경청’이다. 지금 국민이 정치권에 요구하는 것은 변명이나 해명이 아니다. 국민이 무엇을 말했는지 진지하게 성찰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인정하며,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자세이다. 선거는 정치권을 향한 국민의 평가이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듣는 경향이 있다. 정치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선거에서 승리한 쪽은 승리만 기억하고, 패배한 쪽은 패배의 의미를 축소한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결과를 해석하는 기술보다 결과를 받아들이는 용기를 요구한다.
이번 선거는 어느 한 정당을 향한 심판이 아니라 정치권 전체에 변화와 쇄신을 요구한 국민의 분명한 메시지였다. 여야 모두 자신들에게 유리한 해석보다 국민이 무엇을 요구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그러나 오늘 정치권은 여전히 국민보다 내부를 향해 싸우는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당은 오는 8월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계파 갈등과 주도권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쇄신과 미래 비전을 보여주어야 할 시점에 내부 투쟁만 주목받는다면 국민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야당 역시 선거 결과를 깊이 성찰하기보다 일부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에 기대고 있다면 민심과의 거리는 더욱 멀어질 것이다.
국민이 정치권에 요구하는 것은 두 거대 정당의 힘겨루기가 아니다. 국민이 정치권에 요구하는 것은 정쟁이 아니라 제도의 신뢰를 회복하라는 것이다. 최근 ‘장윤기 사건’을 통해 제기된 경찰의 증거 조작 의혹은 수사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견제 장치가 왜 필요한지를 다시 묻고 있다. 아울러 정치권은 선거관리위원회를 둘러싼 부실 관리 논란과 특혜 채용 의혹 등에 대해서도 국민의 의문에 답해야 한다.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필요한 개혁을 추진하여 국민적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공정한 선거와 정의로운 법 집행이라는 두 축 위에서 비로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온라인 공간에서 증폭되는 일부의 목소리를 민심 전체로 오인하는 경향을 경계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민주주의의 주인은 댓글이 아니라 침묵하는 대다수의 국민이며, 선거 결과야말로 국민이 남긴 가장 분명한 의사 표현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기에 진정한 정치 지도자는 대다수의 침묵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듣기 좋은 말보다 듣기 불편한 말 속에서 시대의 요구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성서는 오래전부터 공동체의 가장 근본적인 덕목으로 ‘경청’을 가르쳐 왔다. 구약성서 신명기서는 ‘쉐마(히브리어로 ‘들어라’)’로 시작하는 언약의 책이다. ‘이스라엘아 들으라(신 6:4)’가 대표적 문장이다. 신명기서는 말하기보다 먼저 듣기를 명령한다. 그러므로 쉐마는 단순히 귀로 듣는 행위를 뜻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말씀을 깊이 이해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삶으로 순종하고 실천하는 신앙의 태도를 의미한다. 예수께서도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으라(마 13:9)”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경청은 받아들일 용기를 가지는 것이다. 이는 정치가 국민의 뜻을 겸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정치권이 국민의 신뢰를 잃는 순간은 비판받을 때가 아니라, 비판을 듣지 않을 때이다.
6·3 지방선거는 국민이 정치권에 보낸 답안지였다. 민주주의는 말을 잘하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끝까지 듣는 정치에서 완성된다. 들을 귀가 있는 정치만이 국민을 얻고, 국민의 신뢰를 얻는 정치만이 미래를 얻는다.
/김영호 성공회대 일반대학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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