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앞두고 은퇴 후 일상 고민

건강한 몸·나만의 공간 있어야

음악·마라톤 즐긴 日작가처럼

내가 바라는 노년의 삶 보내자

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환갑이 지나니 시간이 빨리 간다. 정년이 코앞이다. 은퇴 후의 삶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나. 지난 삶을 반추하면 후회와 회한으로 가득하다. 물론 보람 있고 기쁜 일도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도 얼굴 화끈거리는 일이 하나둘이 아니다.

은퇴 선배의 말을 듣고, 유튜브 영상들을 찾아본다. ‘70대의 후회’, ‘퇴직자의 현실 조언’, ‘미리알았다면’ 등의 제목의 영상이 가득하다. 노후 관심사는 건강, 재산, 인간관계, 소일거리로 요약된다. 관심사는 비슷하지만 현실은 각자의 처지에 따라 다르다. 건강을 잃은 사람은 지난날을 반성한다. 경제형편, 자녀결혼 여부에 따라 걱정도 다르다. 그나마 최소한의 연금과 복지센터의 저렴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서 다행이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사교적인 사람은 매일매일 사람과 함께 지낸다. 사회생활이 피곤했던 사람은 은퇴가 다행이다. 어쩔 수 없이 만나야했던 사람과 영원히 이별할 수 있다. 은퇴 후 남는 많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이 역시 사람마다 다르다.

정년이 없는 사람도 있다. 창업자와 전문직이다. 이들도 일이 힘들고, 수입이 줄어들면 은퇴를 고려하게 된다. 조직에 속한 사람만 정해진 나이에 떠난다. 그들이 문제다. 취미생활, 봉사활동을 본격화하는 경우도 있다. 제2의 일자리를 찾는 사람도 많다. 최근에는 주식시장 활황으로 ‘전업’투자자도 늘었다. 하루종일 시세판을 보고 매일 거래한다. 관건은 그 일을 좋아하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지 여부다. 사람들은 매일 여덟시간씩 술 먹을 수 없다. 등산도, 낚시도 마찬가지다. 매일 할 수 있는 것은 일뿐이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우선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겠다. 몸이 아프면 기초가 무너진다. 은퇴는 경쟁사회를 떠나는 것이다. 더 이상 다른 사람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 질투와 시기, 멸시가 사라지면 마음이 건강해진다. 돈도 그렇다. 행복은 욕망과 능력의 함수다. 욕심을 줄이든지, 실력을 키우든지. 욕심의 그릇이 작아질수록 행복지수의 상승 가능성은 높아진다. 가정의 행복은 여자가 쓸 수 있는 돈 이상을 남자가 벌어오면 된다는 옛 우스개 소리도 있지 않은가.

대학 시절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저승사자의 잘못으로 다른 사람이 저승에 왔다. 미안한 옥황상제는 원하는 세상으로 다시 보내주겠다고 말했다. 잘못 죽은 사람은 큰 욕심이 없다고 했다. 그저 밥 굶지 않을 땅 있고, 가정 평안하여 큰 걱정 없으며, 편하게 책이나 읽고 살 수 있으면 어디든 좋다고 했다. 옥황상제 왈, “야 이 놈아! 그런 자리 있으면 내가 가겠다”. 그때는 몰랐다. 세월이 지나니 평범한 삶이 위대한 삶이라는 걸 이해할 수 있다.

나만의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는 남자들의 공간을 이야기했다. 룸쌀롱을 찾고 자가용, 자기 서재에 집착한다고 말했다. 나 역시 학교 연구실을 대신할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작아도 좋다. 책상 하나 있으면 된다. 그곳에서 책 읽고 음악 듣고, OTT 보면 좋겠다. 주변에 산과 물이 있으면 더욱 좋겠다. 호수, 강 주위를 달리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 그리고 야구장이 가까우면 좋겠다. 저녁에는 야구 보러 간다. 매일 경기를 하는 야구장에서 나는 다른 사람들의 치열한 경쟁을 구경한다.

이런 환경이라면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들지 않을까. 생각도 자유로워지고,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좋은 글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내가 바라는 노년의 삶임을 알게 되었다. 음악, 마라톤, 야구를 즐기며 규칙적으로 글을 쓰는 일본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떠올랐다. 은퇴 이후에는 ‘하루키처럼’ 살아보자. 그것이 나의 꿈이다. 생각만 해도 좋다. “어떻게 지내세요”라고 누군가 물으면 “하루키처럼 살아요”라고 폼 나게 대답하자. “하루키처럼 사는게 어떤건데요”라고 되물으면 나만의 공간에서 책 읽고, 음악 들어요. 산책하고, 야구 구경합니다. 그리고 글 써요. “작가세요?” 흥, 글쎄. 아직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쓰고 있답니다. 과욕인가. 상상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길이 끝난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된다.

/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