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핏줄’ 따라 걷는 길…

도시가 살아온 역사 보인다

 

매일 오간 거리서 만난 이야기

조선 후기 인천로~경인철도

도로·철길 새겨진 성장 흔적

인천문화재단 기획으로 지난해 발간된 ‘역사의 길’ 시리즈 12번째 책, 역사지리학자가 들려주는 ‘인천의 길 이야기’. /도서출판 선인 제공
인천문화재단 기획으로 지난해 발간된 ‘역사의 길’ 시리즈 12번째 책, 역사지리학자가 들려주는 ‘인천의 길 이야기’. /도서출판 선인 제공

길은 사람으로 따지면 도시의 핏줄과도 같다. 핏줄이 몸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통로인 것처럼 길을 통해 사람과 물자가 움직이고 취락(聚落)을 형성하기도 한다. 인천문화재단 기획으로 지난해 발간된 ‘역사의 길’ 시리즈 12번째 책, 역사지리학자가 들려주는 ‘인천의 길 이야기’(도서출판 선인 刊, 2025년)는 근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천의 길’을 추적한다. 책의 꾸밈말에서 알 수 있듯, 저자 김종혁(사진)은 지역과 지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역사지리학자다. 저자가 말하는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천을 좀 더 잘 알아보자는 것’이며 나아가 인천 시민은 물론 인천에 관심 있는 ‘타 지역 사람들에게 인천을 좀 더 잘 알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책이 다루는 ‘길’은 바닷길과 하늘길을 제외하고 인천의 일상 생활과 밀접하게 맞닿은 도로와 철길이다. 책에서 설명하는 공간적 범위는 지금의 인천광역시이며 시간적 범위는 조선 후기부터 현재까지로 설정했다. 현재의 인천 영역 중에 과거에는 인천이 아닌 지역, 그리고 반대로 과거 인천이었으나 지금은 인천이 아닌 지역을 동시에 살핀다.

늘 다니는 길을 살펴보는 것이 도대체 어떠한 현재적 의미가 있을까. 저자는 이를 ‘길의 역사성’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길은 유구한 시간을 담지한 역사적 유물이되 박물관 안에 박제되어 있지 않은, 여전히 그 기능을 발휘하며 살아있는 유물이자, 층층이 역사가 기술되어 있는 사료”라며 “우리는 길을 통해 역사를 읽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길은 자연적·인위적 필요에 의해 한번 형성되면 새로운 대안이 나타나지 않는 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형태는 변했을지언정 옛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길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 ‘길’에 대한 저자의 흥미로운 통찰이다. 독자들도 이러한 관점에서 책을 읽어나가면 된다.

자세히는 몰라도 대충은 알고 있는 도로와 철도라는 소재를 다루다 보니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학술적 깊이가 있는 정교한 역사지리학적 고증이어서 지적 호기심도 자극한다. 큰 틀에서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인천로’와 ‘경인철도’가 책 ‘인천의 길 이야기’의 중심이다.

전근대에 걸쳐 인천에서 가장 중요한 길은 인천과 서울을 잇는 ‘인천로’다. 18세기 후반 조선의 지리학자 신경준의 ‘도로고(道路考)’(1770)에서 존재를 알 수 있다. 도로고는 조선의 도로망을 6개의 대로로 정리했다. 의주로, 경흥로, 평해로, 동래로, 제주로, 강화로 등 6개다. 출발점은 모두 한성이고, 정점은 각 군현 이름이 붙었다. 인천로는 강화로의 지선이다. 이 노선은 김정호의 ‘대동지지’(1864) 28권 ‘정리고’에도 올라 있다. 인천로의 시작은 옛 인천도호부의 읍치인 문학동이다. 현 인명여고, 중앙어린이교통공원, 옛 구월동농수산물도매시장, 만수동을 지나 한남정맥 위에 있는 성현(별고개 또는 벼리고개)을 넘어 이후 무네미로 448번길(부평구 구산동), 부천로, 원미로, 소사로를 지나 곰달래고개를 넘어 신월동, 목동을 거쳐 철곶포에서 ‘강화로’ 본선과 만난다. 이후 강화로는 양화도를 건너 도성으로 들어간다. 이 길은 개항기와 일제시기 노선 변화를 겪는다. 이를 ‘인천개항로’와 ‘인천신작로’로 구분해 변화상을 담았다.

한국 교통사에서 인천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한국 철도의 시발지라는 사실이다. 책은 1899년 9월 18일 경인철도의 첫 운행이 매우 중요한 장면임에도 이에 대한 역사적 기술이 서로 일치하지 않음을 지적한다.

내가 살고 있는 인천이 궁금한 시민들, 그리고 한국 근현대 공간의 변천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 분명하다.

■저자 김종혁

▲現 강원대 사회과학연구원 연구교수

▲고려대 지리학과 박사

▲고려대·연세대·성신여대 연구교수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