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6일까지 링크아트센터
네 명의 아이들 기억 잃게 된 대저택 화재사건
첫째 손에 들어온 비밀수첩, 사건 전말 짚어가
화자 달리한 네 가지 버전… 前시즌과 차별화
지난 2012년 초연을 시작으로 10여년 간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은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가 올해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왔다. 우산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온 보모 메리포핀스 동화를 모티브로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진 작품은 다양한 해석 속에 서서히 드러나는 반전과 결말이 팽팽한 긴장감을 갖고 펼쳐지는 심리 추리 스릴러이다.
극의 중심이 되는 사건은 1926년 독일의 저명한 심리학자 그라첸 슈워츠 박사의 대저택에서 발생한 화재이다. 불은 삽시간에 저택을 집어삼켰고, 이곳에 살던 네 명의 아이들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지만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아이들을 구출한 건 박사의 연구 조교이자 보모였던 메리 슈미트.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향한 메리는 이윽고 사라져 그 행방이 묘연해진다. 이후 네 명의 아이들은 각기 다른 집으로 입양됐고 12년이 흘렀다. 그러나 그라첸 박사의 비밀수첩이 네 아이들 중 첫째이자 변호사인 한스의 손에 들어오게 되면서 사건의 전말과 진실을 찾는 과정들이 전개된다.
극은 옳다고 믿었던 이념의 맹목적인 추종으로 이뤄진 강압적이고 잔인했던 시대적 상황이 바탕에 깔려 있어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화재 사건이라는 하나의 변하지 않는 사실을 두고 과거와 현재, 의식과 무의식의 상황이 계속해서 교차되며 결말로 향하는 작품은 극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는 높은 몰입감이 돋보인다.
이 극의 시작을 알리는 넘버 ‘Overture’는 신비하면서도 묘하게 이끌리는 음악과 커튼 뒤 그림자 연기로 극의 모티브가 된 동화적 요소를 살리며 도입부를 흥미롭게 만든다. 무대 가운데에 설치된 회전 무대는 마치 테이블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뒤틀리고 왜곡된 기억의 잔상처럼 테이블 위에 아이들은 혼란을 겪기도 하고, 잃어버린 기억을 되돌려 보기도 하며, 파편으로 흩어진 진실의 조각들을 모아가기도 한다. 이 속에서 진실을 알고 있는 메리의 존재는 강렬한 임팩트가 된다.
어쩌면 기억하는 것이 기억하지 않는 것보다 괴로울 때가 있다. 그러나 감당하기 힘든 과거의 사실을 똑바로 마주하고, 그것을 잊는 대신 안고 가길 선택함으로써 치유해나가는 상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불행과 기꺼이 동행하겠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내뱉은 한스의 이 대사는 그래서 가장 아프고 슬프면서도 희망적이다. 해석의 여지들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는 극이지만, 결국 아픔을 딛고 스스로 앞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네 아이들의 이야기는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이번 블랙메리포핀스는 네 명의 아이들 시선으로 각각 풀어낸 버전을 모두 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앞선 시즌들에서는 한스 버전인 ‘메리포핀스 살인사건을 위한 변호’를 시작으로 헤르만 버전인 ‘모래 사나이가 나오는 꿈’, 요나스 버전인 ‘숲의 기억’과 완결판인 안나의 방 ‘두 개의 책상’이 차례로 이어져 왔다. 각각의 화자가 바뀌며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그러한 서사들이 모여 하나가 되는 독창적인 세계관은 이 극이 가진 매력이기도 하다. 이번 시즌에는 공연기간 중 네 개의 버전이 차례로 무대에 오르게 되는데, 버전마다 달라지는 화자와 그에 따라 변주되는 부분들을 보는 재미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쇼노트 관계자는 “이전 시즌과 차별화하고 극의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네 가지 버전을 한 시즌 안에 모두 만나볼 수 있도록 했다”며 “이를 통해 블랙메리포핀스의 세계관과 주제 의식을 더욱 깊고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는 9월 6일까지 서울 링크아트센터 벅스홀에서 만날 수 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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