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한도 축소 등 조이기 확산
경기남부지역 전월세 폭등 이어져
청년 무주택자 보금자리마저 위태
정부 집값 잡다가 ‘부작용’ 현실화
결혼을 앞둔 이모(30)씨는 최근 신혼집 마련을 두고 근심이 깊다. 본인과 예비 배우자의 직장이 있는 수원 인근에서 둥지를 틀려 하는데 3개월 전만 해도 가능했던 6억원 대출이 3억원으로 절반 가량 줄어서다. 심지어 하루하루 지날수록 3억원 대출마저 안된다는 지점들까지 늘어 초조한 마음에 제2, 제3금융권까지 문의를 넣은 상태다.
올해 초 도내 중견기업에 취업한 장모(27)씨도 아파트 반전세를 알아보다가 포기할 판이다. 직장 근처인 용인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려 했지만 나날이 오르는 전월세값에 혀만 내두르고 있다. 장씨는 “원룸 탈출은 결국 꾸지도 못할 꿈”이라며 “청년들에게 아파트는 이제 넘보지도 못할 산이 되는 것 같다”라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주요 시중은행들이 정부의 집값 잡기 정책에 따라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잇달아 주택 관련 대출의 문턱을 높이면서 도내 청년들과 신혼부부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집값은 오르는데 대출은 막히고 이에 실수요층이 내집 마련 대신 세입자로 전락, 전월세 시장까지 급등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10일 주택구입자금용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를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축소했다. 우리은행도 16일부터 영업점별 월간 주택 관련 대출(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판매 한도를 3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모기지보험(MCI·MCG) 가입을 제한한다. 하나은행, NH농협은행, 신한은행도 이미 모기지보험 취급을 중단하는 등 시중은행 전반으로 대출 조이기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높인 이유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 때문이다. 특히 5대 시중은행들은 이미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의 약 80%를 소진한 상태다.
문제는 매매 수요가 대출에 막혀 전월세 시장으로 옮겨가면서 경기 남부지역의 전월세 값마저 뛰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올해 1~5월 경기 남부 주요 지역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일제히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화성시 동탄구 전세가격지수는 5.88%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수원 영통구(4.32%)와 용인 기흥구(4.11%)도 경기도 평균(2.24%)을 크게 웃돌았다. → 그래프 참조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전월세 가격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출 규제만 강화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 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서민 주거 안정인데도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청년 등 실수요자들은 더 작은 집이나 구축 아파트, 외곽 지역 등 상대적으로 주거 여건이 열악한 곳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전날부터 16일까지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부처별 공개 토론회를 진행한 뒤, 오는 23일 대통령이 주재하는 부동산 대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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