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아르계곡이 주민들의 고향이고 그들은 계속 이곳에서 살고, 일하며, 머물고 싶어한다는 것입니다.”

독일 대홍수 이후 아르바일러의 재건을 위해 민관학이 함께 진행하는 KAHR 프로젝트가 최근 심도있게 논의하는 문제는 ‘저류(물가두기)’다. 재난 직후부터 지금까지 대홍수의 원인과 피해 당시의 상황 분석 등을 통해 실질적 인프라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면 기후재난이 다시 찾아왔을 때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대홍수가 일어났던 아르계곡 인근 마을 대부분이 파괴됐을 만큼 기후재난에 취약하지만 주민들 상당수는 그곳에 다시 집과 가게를 짓거나 보수해 여전히 살고 있다. 삶의 터전을 포기하는 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쉽지 않다. 이 때문에 KAHR 공동대변인인 홀거 쉬트룸프 아헨공과대학 교수는 기후재난 발생시 아르계곡이 가진 지형적 취약성을 보완하는 ‘기술적 측면’과 피해자인 지역주민들의 ‘사회적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대형 홍수가 발생했을 때 강물이 차지하는 공간이 계곡 전체에 달합니다. 다시 재난이 일어났을 때 주민들의 삶의 터전은 또 강물에 내어주게 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원래 살던 그 자리에 또 집을 짓고 있습니다. 17만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이곳이 고향이고 살던 곳인데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에요. 결국 (주민들 입장에서) 삶의 공간을 내어줄 수도 없고, 비를 안 오게 하거나 물을 마법처럼 사라지게 할 수 없으니, 기술적으로 거대한 저류조를 만들어 물을 가두어야죠.”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공지영·이시은·신현정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