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하수 시설관리 용역 기술제안서
평가위원 선정일 ‘28~31일 중 하루’
정보 비대칭 ‘특정업체 밀어주기’ 우려
업체 “특정해야” vs 여주시 “절차대로”
여주시가 804억원 규모 하수도관리 대행평가위원 선정일을 하루로 특정하지않고 나흘 범위로 공고했다. 이에 통상적인 공고 형식을 벗어나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여주시 하수사업소는 지난 14일 총 804억2천여만원 규모 ‘공공하수도 시설관리 대행용역’의 기술제안서 평가위원 후보자를 뽑는 모집공고를 냈다. 그러나 평가위원 선정과 평가일시를 오는 28일부터 31일 사이 ‘1일(예정)’로만 명시해 특정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번 용역은 하수처리시설 37곳과 중계펌프장 236곳, 연장 291㎞의 하수관로 등 여주시 전역의 하수도 인프라를 오는 9월부터 2031년 8월까지 5년간 운영·관리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낙찰자는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으로 정해지며, 이 가운데 사업수행계획서 평가(40점)를 맡는 평가위원 7명을 대학교수·공공기관·공무원·공인회계사·변호사 등 5개 분야 공모로 선정한다.
공고에 따르면 후보자 모집은 지난 14일 오전 11시부터 16일 오후 5시까지 사흘간 전자우편으로 진행된다. 시는 신청자 가운데 자격 심사를 거쳐 후보자 명부에 고유번호를 부여하고, 평가 당일 입찰 참여업체 대표가 직접 번호를 추첨해 다빈도 순으로 최종 7명을 확정한다. 선정된 위원에게는 당일 전화로 참석 여부를 확인하며, 두차례 연락이 닿지 않으면 자동으로 제외되고 차순위 후보에게 기회가 넘어간다.
모집 이틀째인 15일 신청자는 이미 500명을 넘어섰고, 하수사업소는 마감일인 16일까지 1천명 안팎이 몰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격 검증을 거쳐도 예비후보만 800~900명에 이를 전망이다.
문제는 평가일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평가일을 하루로 특정하지 않고 28일부터 31일까지 나흘의 여지를 둔 것 자체가 통상적인 공고 방식에서 벗어난다고 입을 모은다. 대형 관급용역 입찰에 다수 참여해온 한 환경설비업체 관계자는 “심사 일정은 통상 ‘몇 월 며칠 몇 시’까지 명확하게 공고한다. 과거 일부 지자체에서 기간을 열어뒀다가 비리 시비가 잇따르면서 지금은 어느 시·군도 이렇게 하지 않는다”며 “당일 전화를 받고 몇 시간 뒤 평가장에 나와야 하는 구조에서 날짜를 나흘씩 벌려놓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선정 방식상 위원 확정은 ‘당일 전화 수신 여부’에 좌우된다. 이 관계자는 “날짜가 하루로 확정돼 있으면 후보들은 혹시 뽑힐지 몰라 그날 일정을 비워두지만, 나흘 내내 모르는 번호의 전화를 기다리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특히 공무원 후보는 연락을 받기위해 그날 연가를 미리 낼 수 있는데, 어느 날일지 모르면 사실상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다. 평가일 정보를 미리 아는 쪽과 그렇지 못한 쪽의 차이가 결국 선정 여부를 좌우할 수도 있다.
입찰 참여를 준비 중인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각 업체가 인맥이 닿는 교수·기술직 수십, 수백 명씩을 후보로 신청시키는 것이 공공연한 관행”이라며 “발주처가 특정업체에만 평가일과 전화가 걸려올 시간대를 귀띔해 주면, 그 업체와 연결된 후보들만 대기하고 있다가 전화를 받게 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이어 “800억대 사업이라면 위원 한 명을 잡기 위한 금품 로비 유혹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공고 스스로 ‘공정한 평가를 위해 평가위원 위촉 관련 사항은 비공개로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작 선정일의 불확정성이 정보 비대칭을 낳아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하수사업소 관계자는 “평가일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해당 기간 중 하루로 공고한 것일 뿐”이라며 “후보추첨은 입찰 참여업체 대표들이 입회한 자리에서 번호표를 직접 자르고 넣는 과정까지 모두 공개해 진행하고, 협상계약 관련 지침과 예규를 그대로 따를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누가 위원이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무작위 구조”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의혹을 원천 차단하려면 평가일과 시간을 조속히 하루로 확정·공표하고, 추첨과 후보자 연락 절차를 감사부서 입회 등 객관적인 관리 체계를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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