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장 취임 1호 지시 “시민 참여 시정”

시민 참여 공론화위원회 등 순기능 입증

정권 교체기 제도 방치, 부작용 우려 여전

다양한 목소리, 지속가능성 등 보완 필요

2020년 당시 인천시 자체 매립지 조성 관련 공론화 토론회 현장 모습. /경인일보DB
2020년 당시 인천시 자체 매립지 조성 관련 공론화 토론회 현장 모습. /경인일보DB

이재명 정부 들어 국무회의 생중계를 비롯한 ‘소통’과 ‘참여’에 방점을 찍은 정책 행보가 지방자치단체까지 이어지고 있다. 6·3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일부 광역자치단체장도 주요 회의를 온라인에서 생중계하고 있다.

정책·행정 집행 과정의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시민들은 반기고 있지만, 시민이 그 과정에는 참여할 수 없는 ‘일방향적’이라는 점에선 여전히 한계는 뚜렷하다.

민선 9기 박찬대 인천시장은 지난 1일 취임 직후 인천시 공직자들에게 ‘시민이 참여하는 시정 추진’을 가장 먼저 지시했다. 시민들이 각종 정책을 권고하거나 정책 추진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창구를 늘리겠다는 취지다. 특히 공공 정책·사업을 추진하면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 시민들의 참여 기회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으면 갈등이 해소되지 못한 채 답보 상태에 빠지는 사례가 인천에서도 빈번했다.

역대 인천시정부는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 참여 제도를 시행했는데, 순기능과 부작용이 공존했다. 새로운 박찬대 시정부는 ‘시민 참여 시정’의 순기능을 살리되 부작용을 고려하면서, ‘보여주기식’이 아닌 실질적 참여를 보장하는 정책·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시가 대대적으로 추진했던 대표적인 시민 참여 제도는 2019년 2월 지자체 중 전국 최초로 상설화한 공론화위원회(현 공론화·갈등관리위원회)다. 문재인 정부 때 진행한 공론화위원회를 본뜬 인천시 공론화위원회는 공공 갈등 현안을 공론화 의제로 채택해 시민들이 숙의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 인천시에 정책을 권고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인천시 1호 공론화 의제는 ‘친환경 폐기물 관리 정책과 자체 매립지 조성’이었다. 인천시는 2020년 1월부터 7월까지 해당 의제에 대한 공론화추진위원회를 구성·운영해 공론화 과정을 진행했다. 인천시는 시민 3천여명을 대상으로 기초 인식 조사를 하고, 2일 동안 400명이 참여한 권역별 토론회 등 시민참여단의 숙의 과정을 거쳐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사용 종료를 위한 ‘인천 자체 매립지 조성’과 ‘폐기물처리시설 현대화와 신규 설치’ 등 정책 권고를 도출했다.

인천시 1호 공론화 의제는 정책 권고를 반영한 민선 7기 인천시의 시정 운영 방향을 대대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시민들의 참여 활동이 시정 기조까지 바꾼 것이다. 당시 공론화 과정에 참여했던 한 지역 인사는 “풀리지 않던 해묵은 현안들을 시민 참여나 공론화를 통해 풀어낼 수 있었다”며 “일각에서는 공론화로 중재·해결되지 않은 현안도 있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시간이 걸리는 현안을 시민 참여로 해결하는 기구를 상설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선 7기 인천시 자체 매립지 조성은 시정부 교체로 좌초돼 시민 공론화 과정이 무색해졌다. 2021년 공론화·갈등관리위원회로 전환된 공론화위원회는 민선 8기부터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공론화위원회 이외에도 그동안 인천시는 시민참여정책위원회, 시민원로회의, 주민참여예산제, 인천시민원탁토론회, 민관협치위원회, 숙의시민단, 시정혁신단 등 시민 참여 제도를 운영해 왔다. 시정부가 교체될 때마다 전임 시정부의 제도·기구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지속가능성의 문제, 특정 단체가 시민 참여 제도·기구를 독식하는 문제, 시정부가 민감한 현안에 대한 책임을 시민 참여 제도로 떠넘기거나 지연시키는 문제 등 각종 부작용도 나왔다.

인천 시민사회계의 한 인사는 “인천시는 시민 참여 정책·제도의 틀을 이미 갖추고 있으나, 활용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민선 9기 인천시는 기존 틀을 보완하고 강화하면서 특정 단체나 인사에 쏠리지 않고, 다양한 시민과 시민사회계의 목소리를 시정에 담을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시민 참여 방안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