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여주시의회 의장 징계사태의 본질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정당정치가 스스로 배제해온 전제의 귀환이다.

국민의힘 경기도당 윤리위원회는 지난 15일 박두형 여주시의회 의장에게 탈당권고 징계를 의결했다. 당내 논의에서 다른 의원이 의장 후보로 거론됐음에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지지로 당선된 것이 당론 위반이라는 이유다.

지역정가는 이를 ‘해당행위냐, 자율투표냐’라는 공방으로 소비하고 있다. 그러나 시선을 조금만 깊이 내리면, 이 사태는 한 의원의 거취 문제가 아니라 우리 정당정치가 애써 보지 않으려 했던 무언가가 수면 위로 떠오른 사건임을 알 수 있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다. ‘당론’이라는 질서가 성립하기 위해 무엇이 지워져야 했는가. 지방자치법이 의장 선출을 무기명 비밀투표로 규정, 각 의원의 양심과 독립적 판단은 이미 제도 안에 새겨져 있다.

따라서 당론정치는 이것을 없는 셈 쳐야만 한다. 사전에 후보를 내정하고 표의 향방을 통제하려는 순간, 비밀투표는 요식행위로 격하된다. 이번에 배제된 것은 투표함 안의 자유, 그 자체다.

한 걸음 더 들어가 보자. 정당정치를 근본에서 떠받치는 전제는 무엇인가. 상식은 답한다. ‘당론과 기강’이라고.

그러나 정당이 공천하고, 유권자가 선택하고, 의원이 표결하는 이 순환 전체를 가능케 하는 더 깊은 층위가 있다. 개별 의원의 자유로운 판단이다. 이것이 없다면 의회는 정당 지도부의 의사를 중계하는 단말기에 불과하고, 굳이 7명을 뽑을 이유도 투표함을 둘 이유도 사라진다. 당론은 정치의 토대가 아니라 그 토대 위에 세워진 하나의 관행일 뿐이다.

이 논리를 끝까지 밀고 가면 불편한 장면과 마주친다. ‘당내 합의를 본회의에서 뒤집는 행위’가 징계 사유라면, 본회의 표결은 당선자 총회의 추인 절차가 된다. 그렇다면 부의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당론은 같은당 의원이었는데, 여야 7명 전원이 야당 의원에게 표를 던진 만장일치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같은 잣대라면 이 역시 정당 경계를 넘은 표의 이동이다. 한 쪽은 ‘협치’라 부르고 다른 쪽은 ‘야합’이라 부르는 순간, 기준은 원칙이 아니라 결과의 유불리가 된다. 4년 전 유사한 방식의 의장 선출에는 침묵했던 징계권이 이번에만 작동한 사실은, 현재 시스템이 원칙이 아닌 다른 무엇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스스로 증언한다.

자율에 맞긴 표가 진정한 정당 정치를 지탱한다. 국힘 도당의 징계 결정은 이탈표를 질서의 교란으로 본다. 하지만 이탈의 가능성이 살아 있기에 당내 경선은 진지해지고, 지도부는 명령 대신 설득을 택해야 하며, 내정은 함부로 이뤄질 수 없다.

이탈이 원천봉쇄된 정당에서 당론은 토론의 산물이 아니라 하달된 지시가 된다. 우리가 질서라 부르는 것은, 실은 그 질서를 언제든 흔들 수 있는 자유에 의해 떠받쳐지고 있다.

물론 반론의 여지는 있다. 공천이라는 당의 자산으로 당선된 의원에게 최소한의 정치적 신의를 요구하는 것 역시 정당 민주주의의 한 축이며, 이탈의 자유가 무제한 승인되면 정당은 선거 때만 소환되는 간판으로 전락한다는 우려도 정당하다.

이 사태가 던지는 진짜 질문은 어느 한쪽의 승패가 아니라, 당론과 자율 사이의 경계선을 우리 지방정치가 한번도 진지하게 그어본 적 없다는 사실일 것이다.

탈당권고서가 겨눈 것은 한 의원이 아니라, 정당정치가 자신의 숨은 전제를 직시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다.

/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coa007@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