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품 예산 3년째 ‘0원’… 벼랑 끝 경기도 공립 뮤지엄

8개 뮤지엄 예산 297억 중 사업비 26% 그쳐

뮤지엄 관계자 “청사진 없인 경쟁력 확보 어려워”

경기문화재단 수원시 인계동 사옥. /경인일보DB
경기문화재단 수원시 인계동 사옥. /경인일보DB

문화재단이 공립 뮤지엄을 운영하는 곳은 경기도가 유일하다. 서울역사박물관·한성백제박물관·서울시립미술관 등을 가진 서울시, 부산시립박물관·부산시립미술관을 가진 부산시를 포함해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등은 시에서 뮤지엄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경기도의 공립 뮤지엄 수가 늘어나는데 반해 운영 여건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8개 뮤지엄의 총 예산은 297억 5천여 만원으로, 이 중 사업비는 26%(77억 6천여 만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남한산성역사문화관을 제외한 7개 뮤지엄의 예산과 비슷한 수준이다. 소장품 예산은 뮤지엄 전체 통틀어 2024년에 받은 7억원을 제외하고 2023년, 2025년에 이어 올해까지 ‘0원’이다. 지난해에는 감액추경까지 이어지면서 사업 예산을 반납하고 예정했던 전시를 취소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학예직의 수도 줄어들고 있다. 한 예로 1996년 27명의 학예직 인원으로 개관했던 경기도박물관의 경우는 현재 9명이 소장품과 전시,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규모가 비슷한 서울역사박물관의 경우 소장품 담당자만 15명이며, 전시 6명, 교육 8명 등 29명의 학예직이 근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래픽/박주우기자 neojo@kyeongin.com
그래픽/박주우기자 neojo@kyeongin.com

2024년 ‘효율적인 뮤지엄운영을 위한 조직체계 연구’에서도 통합운영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연구는 도 공립 뮤지엄의 경기문화재단 통합운영에 따른 문제점으로 기관의 자율성과 독립성 부족, 순환근무에 따른 기관 전문성 악화 등을 들었고, 업무 간 중복과 비효율이 발생해 통합운영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꼽았다. 그러면서 경기뮤지엄재단을 설립한다면 뮤지엄의 브랜드화와 전략적인 마케팅, 전문성 강화와 효율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뮤지엄 관계자들 역시 비정상화된 뮤지엄의 정상화를 목표로 분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뮤지엄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에는 현재의 구조와 방식으로는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예산 확보와 안정된 시스템 구축을 위한 행정적 수반들을 바탕으로 청사진을 명확히 그리지 않으면 분리가 된다 해도 더 나은 경쟁력을 갖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도 뮤지엄 관계자는 “경기문화재단 내 뮤지엄이 있는 현재의 체제로는 한계점에 다다랐다. 경기도 뮤지엄들은 가지고 있는 특색이나 위상에 비해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어 재단으로부터의 분리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지금의 문제점들을 파악해 뮤지엄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정책적인 뒷받침이 이뤄진다면 도민들의 문화 향유권도 더욱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뮤지엄들의 유료화 논의도 이뤄질지도 관심이다. 경기도의 뮤지엄들은 2017년 조례 개정 이후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을 제외하고 입장료를 무료로 전환했다. 이후 문화예술콘텐츠가 공짜여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입장료를 유료로 전환하는 방안들이 추진되기도 했지만 시행되지는 못했다.

문화예술계 한 관계자는 “입장료의 무료화는 예술을 존중하지 못하게 하는 구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유료 콘텐츠가 됐을 때 양적, 질적 부분이 담보가 돼야 뮤지엄이 경쟁력 싸움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뮤지엄 콘텐츠의 독자성과 독특함, 가지고 있는 시설 등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환경이 되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경기도는 뮤지엄 분리에 대해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조직과 인력 등 효율적인 독립 방법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입장료 유료화가 이뤄지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수익을 내 사업을 추진하는 구조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민주·이영선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