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내려놓은 아이들, 운동장을 달리다

아침 체육 10년, 능곡초 학교폭력 ‘제로’

능곡초 교사 “체육이 인성교육에도 도움”

‘우리학교! 매일스포츠!’ 154개교로 확산

지난 14일 오전 고양 능곡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이제 막 등교한 학생이 밝은 표정으로 운동장 트랙을 뛰고 있다. 2026.7.14 고양/김도란 기자 doran@kyeongin.com
지난 14일 오전 고양 능곡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이제 막 등교한 학생이 밝은 표정으로 운동장 트랙을 뛰고 있다. 2026.7.14 고양/김도란 기자 doran@kyeongin.com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면서 운동장 트랙을 돌면 개운한 느낌이 들어요.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걷기도 하고 뛰다 보면 재미도 있구요.”

지난 14일 오전 8시 20분께 고양시 능곡초등학교 운동장.

교문을 지나 막 학교에 도착한 어린 학생들이 스탠드에 가방을 벗어놓고 하나둘씩 운동장으로 달려나갔다.

학생들은 운동장을 따라 조성된 트랙을 걷거나 뛰면서 밤사이 굳은 몸을 일깨웠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친구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의 표정엔 웃음이 가득했다.

운동장을 한 바퀴 다 돌면 보상으로 손에 비타민 캔디가 주어졌다. 캔디를 받고도 한 바퀴는 너무 짧다며 두 바퀴, 세 바퀴를 도는 학생이 속출했다.

지난 14일 오전 고양 능곡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막 등교한 학생들이 친구들과 운동장 트랙을 걷는 체육활동을 하고 있다. 2026.7.14 고양/김도란 기자 doran@kyeongin.com
지난 14일 오전 고양 능곡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막 등교한 학생들이 친구들과 운동장 트랙을 걷는 체육활동을 하고 있다. 2026.7.14 고양/김도란 기자 doran@kyeongin.com

같은 시각 운동장 다른 한켠에선 티볼 동아리가, 체육관에선 피구 동아리의 연습 게임이 한창이었다.

선생님의 지도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학생들의 운동 실력은 수준급을 자랑했다. 승부를 위해 같은 팀 친구와 전술을 상의하고, 파울이 나와도 격려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진지하지만 유쾌했다.

공을 주고받으며 팀워크을 다지는 학생들의 머리 위엔 각종 스포츠 대회에서의 수상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줄줄이 걸려 있었다.

이같이 하루를 운동으로 시작하는 일상은 능곡초 학생에겐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참여하는 것은 자율이지만, 스스로 아침 운동의 긍정정 효과를 체감했기 때문인지 대부분 학생이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분위기다.

지난 14일 오전 고양 능곡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티볼 동아리 학생들이 연습게임을 하고 있다.  2026.7.14 고양/김도란 기자 doran@kyeongin.com
지난 14일 오전 고양 능곡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티볼 동아리 학생들이 연습게임을 하고 있다. 2026.7.14 고양/김도란 기자 doran@kyeongin.com

6학년 박한율 양은 “학원도 가야하고, 공부나 숙제하다 보면 평소 운동할 시간이 많이 없는데 아침에 이렇게 운동할 시간이 주어져서 좋다”며 “운동하고 교실에 가면 기분도 좋고, 공부가 더 잘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교문에서 자녀의 등교를 지켜본 학부모 양모(38)씨는 “아침운동을 하려면 다른 학교보다 20~30분 일찍 등교해야하지만, 이제는 습관이 되어 아이도 곧 잘 일어난다.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날은 채근하지 않아도 아이가 스스로 준비해 나가기도 한다”며 “맞벌이라 애들 학교 보내면 저도 출근해야 하는데, 아침시간 여유가 생긴 점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능곡초 양소라 교사는 “함께 운동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또래관계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며 “체육활동이 학생들의 건강은 물론 인성교육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양 교사는 “서로 돕고 응원하는 학교 문화를 만드는 데에도 스포츠가 도움이 된다”면서 “꼭 체육활동 때문이라곤 할 수 없겠지만, 우리 학교에선 지난 10년간 학교폭력 신고 건수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능곡초가 이같이 학교 체육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던 배경에는 경기도교육청과 고양교육지원청의 아낌없는 지원이 있었다.

이는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이 강조하는 ‘RAS 경기형 문예체 교육’과도 맥이 닿아 있다. 안 교육감은 학생들이 휴대전화 사용을 줄이고, 그 시간을 독서(Reading), 예술문화(Arts), 스포츠(Sports) 중심의 교육활동으로 채울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능곡초의 등굣길에선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학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게임과 짧은 동영상에 할애하던 시간들을 건강한 체육활동과 친구들과의 대화로 채우니 학부모와 교사도 흐뭇하고, 학생들도 만족하는 이상적인 학교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고양교육지원청의 노력 또한 적지 않다. 고양교육지원청은 ‘우리학교! 매일스포츠!’라는 이름의 체육교육 특화사업에 무려 531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다른 지역보다 체육활동에 월등히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으며, 단순히 프로그램의 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질 또한 높은 편이다.

고양 능곡초등학교 전경. /고양교육지원청 제공
고양 능곡초등학교 전경. /고양교육지원청 제공

여기엔 체육 교육으로 소통과 공감의 상호존중 학교문화를 조성하고, 학생들이 스포츠맨십을 통해 올바른 인성을 함양하도록 돕겠다는 고양교육지원청만의 비전이 담겼다. 학생들의 건강과 더불어 사회성 또한 체육활동을 통해 도모하고자 했다.

아침 체육 활동은 ‘우리학교! 매일스포츠!’ 사업의 일부분이다. 그외 자칫 운동량이 부족할 수 있는 여학생들이 댄스나 요가 등을 배울 수 있도록 한 여학생 체육활동, 교사와 학생이 함께 운동하며 소통하는 사제동행 체육활동, 단순 운동을 넘어 사진이나 에세이 등으로 다양한 경험을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감성(표현) 스포츠 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 사업에 포함됐다.

학교들의 자발적인 참여율도 높다. 효과성이 입증된 아침 체육 활동은 고양시에 있는 154개교가 운영 중이다. 여학생 체육활동에는 87개교, 사제동행 체육활동에는 75개교가 참여하고 있다.

그밖에 특수학교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스포츠를 매개체로 인근 학교들이 교류할 수 있는 거점형 스포츠 활동 사업도 올 하반기부터 추진할 예정이라고 고양교육지원청은 밝혔다.

이현숙 고양교육장은 “우리학교! 매일스포츠! 는 오랜 기간 준비를 거쳐 촘촘히 준비한 고양형 체육교육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며 “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체육활동을 계속 지원해 건강하고 활기찬 학교문화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양/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