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7일까지 강화역사박물관 기획전시

전등사 명부전 존상·문화유산으로 재현한 불교 사후세계 눈길

죽음, 끝 아닌 시작… 현황도·명경대·묘법연화경 목판 한눈에

명경대 앞에서 자신을 비춰보고 소원 빌어보는 체험코너 마련

강화역사박물관의 기획전시 ‘강화의 불교미술Ⅱ: 전등사-삶과 죽음 사이, 명부세계’를 관람하고 있는 관람객. 2026.7.17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강화역사박물관의 기획전시 ‘강화의 불교미술Ⅱ: 전등사-삶과 죽음 사이, 명부세계’를 관람하고 있는 관람객. 2026.7.17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명부(冥府). 어두울 명(冥), 마을 부(府). 사람이 죽은 뒤에 간다는 영혼의 세계가 사전적 의미다. 불교에서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존재하는 세계를 뜻한다. 명부에서 인간은 살아 있는 동안 한 일을 심판받고, 그 결과에 따라 다음 생이 결정된다. 특히 불교에서는 죽음을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으로 여겼던 것이다. 죽은 자는 명부사자의 인도에 따라 명부에 도착해, 그곳에서 자신이 살아온 삶과 마주하게 된다.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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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부에는 죽은 자의 삶을 심판하는 열명의 재판관, 시왕(十王)이 있다. 첫 번째 진광대왕부터 열 번째 오도전륜대왕까지의 심판은 7일마다 이어져, 모두 49일 동안 이루어진다. 우리 귀에 익숙한 염라대왕은 이 열 명의 왕 가운데 하나다. 망자가 죽은지 35일째 되는 날 만나게 되는 존재다. 염라대왕은 죽은 자의 불성과 생전의 삶이 비친다는 명경대(明鏡臺)를 보고 그가 살아 있을 때 어떤 삶을 살았는지 판단한다.

보물인 강화 전등사 명경대(江華 傳燈寺 明鏡臺). 2026.7.17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보물인 강화 전등사 명경대(江華 傳燈寺 明鏡臺). 2026.7.17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강화역사박물관이 지난 16일부터 진행한 기획전시 ‘삶과 죽음 사이 명부세계(冥府世界)’는 어렵다고 느낄 수 있는 불교의 세계관을 관람객이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또 흥미로운 방식으로 다룬다. 이번 전시는 전등사 명부전을 중심으로 이 같은 세계관을 소개한다. 전등사 명부전의 지장보살 삼존상과 시왕상 복장물, 명경대, 현왕도 등의 문화유산을 박물관에 재현한다. 이 문화유산으로 이 같은 불교 명부신앙이 불교유산으로 어떻게 표현됐는지 관람객은 살펴볼 수 있다.

전시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명부세계의 심판자들과 만나는 일이다. 모두 열명의 심판이 있다. 망자는 사후에 차례로 진광대왕(초칠일·7일째), 초강대왕(이칠일·14일째), 송제대왕(삼칠일·21일째), 오관대왕(사칠일·28일째), 염라대왕(오칠일·35일째), 변성대왕(육칠일·42일째), 태산대왕(칠칠일·49일째), 평등대왕(100일째), 도시대왕(1년째), 오도전륜대왕(3년째) 등과 만난다. 이들 각 왕의 심판 결과에 따라 망자는 천상(天上)·인간(人間)·아수라(阿修羅)·축생(畜生)·아귀(餓鬼)·지옥(地獄)의 여섯 세계, 즉 육도 가운데 한 곳에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사후 49일 태산대왕까지 일곱 차례 심판 이후에도 죄가 남아 있거나 다음 생의 길이 정해지지 않은 경우에는 심판은 계속되어 일종의 재심 절차를 거친다. 평등대왕, 도시대왕, 오도전륜대왕 앞에서 다시 심판을 받아야 한다.

전등사 소장 보물 묘법연화경 목판. 2026.7.17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전등사 소장 보물 묘법연화경 목판. 2026.7.17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잇단 전란으로 죽음과 사후세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던 시대였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전등사 명부전의 지장보살상과 시왕상 등 존상 31구는 병자호란 발발 불과 두 달 전인 1636년(인조 14년) 음력 10월에 완성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인천시 유형문화유산인 ‘강화 전등사 현왕도’를 비롯해 보물로 지정된 ‘명경대’, ‘묘법연화경 목판’ 등을 함께 만날 수 있다.

명경대 앞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고 소원을 빌어보는 체험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부족한 나의 모습을 돌아보고 종이에 바람을 적어 소원을 빌어보는 기회를 가져보면 어떨까. 이번 기획전시는 내년 3월 7일까지 진행된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