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29주년을 맞은 경기문화재단이 향후 경기도 내 뮤지엄들을 별도의 재단으로 분리시켜 운영하는 방안을 민선 9기 출범에 맞춰 적극 제안하고 나섰다. 재단이 뮤지엄들을 운영하는 데 있어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해당 이슈가 본격적으로 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달 말 유정주 경기문화재단 대표는 재단 추진 방향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도립 뮤지엄들을 이대로 재단 안에 두고 이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고민을 철저히 해볼 필요가 있다”며 “재단으로부터 분리해 이것을 독립적으로 키우는 방향을 검토해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을 경기도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현재 뮤지엄들은 재단이 받는 예산 안에서 나눠쓰는 형태로 충분한 지원과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고, 이러한 문제가 긴 시간 동안 개선되지 못했다”며 “변화와 개혁, 혁신이 필요한 지점에 뮤지엄들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정주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경인일보DB
경기도의 공립 뮤지엄들이 경기문화재단에 통합 운영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2008년부터다. 재단에 따르면 5년 단위로 계약을 통해 도가 재단에 위탁하는 형식으로 뮤지엄을 운영해 왔다. 당시 경기도박물관과 경기도미술관 두 개의 뮤지엄으로 시작해 현재는 8개의 뮤지엄을 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뮤지엄들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경기도박물관은 올해로 개관 30주년을 맞았다. 경기도미술관은 20주년, 백남준아트센터는 18주년, 실학박물관은 17주년, 전곡선사박물관과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15주년이 됐다. 이에 더해 지난 2020년에는 동두천시에서 개관한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이 경기도로 이관됐고, 남한산성역사문화관이 2024년 개관하며 뮤지엄 수가 늘었다.
안산시 단원구 경기도미술관 전경. /경기도미술관 제공
그러나 갈수록 운영 상황은 나빠지고 있다. 퀄리티 높은 전시를 위한 사업비 확보가 어려운 것은 물론, 뮤지엄들의 주요 업무라고 할 수 있는 소장품 확보를 위한 예산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한 푼도 받지 못했다. 학예직 인력들도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이에 따른 뮤지엄의 전문성 확보조차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가 지속되면서 뮤지엄 분리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앞서 2019년 도와 도의회, 전문가, 경기문화재단이 함께 만든 ‘경기문화재단 발전 TF’에서도 뮤지엄 본연의 기능 회복이 최우선 돼야 한다는 의견을 모으며 뮤지엄의 독립경영을 요구했으나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재단과 뮤지엄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놓고 좀처럼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이 사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이 됐다는 게 재단의 입장이다.
김종길 경기문화재단 정책실장은 “뮤지엄은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따라 독립 형태의 기구로 가야 재단 역시 문화예술 진흥 관련 법령에 따라 선명하게 지원할 수 있게 된다”며 “K-컬처 시대에 맞게 경기도의 뮤지엄도 전략적으로 키울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