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바뀌어도 전통은 유지… 민선 9기만의 기반 확립 필요
5기, 시정정책위·원로회의서 자문
6기, 애인토론회… 결정권 못가져
7기, 전국 첫 상설 숙의시민단 구성
8기, 민간 역할 확대 ‘시정혁신단’
민선 9기 인천시가 출범하면서 내건 핵심 가치는 ‘시민주권 시정’이다. 시민사회의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고 소통하는 인천시정을 구현한다는 것인데, 역대 인천시정부를 거치며 발전해 온 시민참여 사례를 바탕으로 민선 9기만의 기반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인천시가 본격적으로 인천시정에 시민사회 거버넌스를 도입하기 시작한 건 2010년 민선 5기 때부터다. 이전까지는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과 투자 유치 등 대규모 현안에 주력하던 시기인 만큼, 속도와 효율성을 위해 민간 참여보다는 관 주도의 정책 결정을 중심으로 시정 운영이 이뤄졌다.
민선 5기 들어 ‘민간 협치’가 주요 가치로 떠올랐다. 2010년 하반기 ‘시정참여정책위원회’ ‘시민원로회의’를 설치·운영하는 조례가 차례로 제정됐다. 이어 2011년 3월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주민이 예산 편성 과정에 참여하는 ‘주민참여예산제도’ 도입이 의무화되면서 인천시도 그해 7월 ‘인천시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를 제정했고, 제도 보완 과정을 거쳐 2013년 5월 시행했다.
이 중 시정참여정책위원회는 시민을 위한 새로운 정책, 시정 개혁 과제 등 시장이 요청하는 내용에 대해 자문하는 기구로, 시민 시정참여 기회를 보장한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시민원로회의는 시정 방향이나 당면 현안을 두고 지역 원로의 의견을 듣는 기구였다. 하지만 인천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모델이었던 만큼, 두 기구의 의견이 인천시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한계도 뒤따랐다.
이에 따라 민선 6기는 시민참여 거버넌스 운영과 더불어, 현장 중심의 시민 소통이 활발했다. 민선 6기 인천시는 2014년 시민 누구나 참여해 지역 주요 현안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민원탁회의’를 마련했다. 이듬해 이 회의를 발전시킨 것이 민선 6기 대표 시민 토론 브랜드인 ‘애인(愛仁) 토론회’이며, 같은 해 민관 협력 기구로 ‘시민사회 소통 네트워크’가 신설됐다. 시민 소통 창구가 한층 확대됐다는 평가와 함께, 시민이 정책 ‘결정권’까지는 가지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선 7기는 시민이 직접 인천시에 정책을 ‘권고’하는 기반이 마련된 시기다. ‘시민사회 소통 네트워크’를 ‘시민정책네트워크’로 확대 개편했고, 인천시와 함께 제20대 대통령선거 인천 공약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 광역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공론화위원회 상설화, 전국 최초로 정책권고안 작성·전달 기능이 있는 상설 숙의시민단 구성이 이뤄졌다. 2020년부터는 주민참여예산제도 대폭 확대됐다. 일각에선 특정 단체의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구조라는 지적도 있었다.
민선 8기 대표 거버넌스는 ‘시정혁신단’이다. 시민원로회의와 애인 토론회 등 기존 거버넌스나 소통 창구를 지속하는 한편, 인천시정 운영에 민간의 역할을 확대하고자 신설한 시정 자문기구다. 개선이 필요한 정책이나 현안에 대해 전문가 집단과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발굴한 정책이나 과제는 면밀한 분석을 거쳐 시정에 반영한다는 취지였다. 다만 시정혁신단 위원은 분야별 전문가들로만 구성됐으며, 일반 시민은 관련 토론회에 참여하는 정도였다.
민선 9기 박찬대 인천시장은 ‘시민주권 시정’을 약속했다. 민선 9기 인천시장직 인수위원회도 시정혁신단을 시민 소통 창구로 활용하는 방안과 함께, ‘시민을 위한 시정 기획’을 주요 시정 목표 중 하나로 설정해 권고했다. 역대 시민참여 거버넌스의 성과와 한계를 바탕으로 민선 9기 인천시만의 시민 참여 기반을 구상해야 할 시점이지만, 아직 구체화된 내용은 없다. 시정혁신단의 경우 지난달 30일 이후 단장 자리도 공석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아직 시정혁신단 확대 운영 방향을 비롯해 관련 거버넌스라든가 전담 조직 신설과 같은 지침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며 “시민이 적극적으로 시정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 확립을 위한 다양한 내용을 검토 중이다. 조만간 방향이 잡힐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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