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복날을 앞두고 찾은 전국 3대 개고기 시장인 성남 모란시장은 이미 ‘흑염소 시장’으로 모습을 바꿨다. 내년 2월 개식용종식법 시행을 앞두고 마지막 대목을 맞은 시장에는 아쉬움과 순응의 분위기가 감돌았다. 개 사육농장이 대부분 문을 닫으면서 공급이 줄었고, 가격은 급등했다. 1㎏당 4만5천~5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말복 당시 2만5천원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뛴 것이다. 가격에 놀라 흑염소를 먹는 손님들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흑염소가 보양식 시장의 주역으로 자리 잡는 것과 달리 제도적 기반은 미비하다. 지자체별 규제 기준부터 제각각인 실정이다. 축종별 악취등급을 조례로 정한 안성시는 염소를 소나 돼지보다 악취가 심한 축종으로 분류한다. 반면 대부분의 지자체는 별도 악취등급을 정하지 않는다. 또 주요 축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출시설이나 민가 이격거리 등 기준 자체가 없는 지역도 상당수다. 염소농가 대부분이 그동안 제도권 밖에서 운영돼 온 방증이기도 하다.
국내 생산 기반이 자리 잡지 못한 사이 늘어난 수요는 수입산이 메우고 있다. 국내 염소고기 소비량은 2020년 6천328t에서 2024년 1만3천708t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수입 염소고기는 1천161t에서 8천143t으로 급증하며 소비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국내 농가가 생산을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장 확대의 과실은 수입산이 가져가는 구조가 고착된 것이다. 보양식 수요는 커지고 있지만 정작 국내 산업은 기반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냄새를 한번 맡아보세요. 정말 심합니까?” 안성에서 200여 마리의 염소를 사육하는 한 농민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10여 년 전 소규모 한우 축사를 매입해 염소를 사육해 왔지만, 최근 악취등급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정조치를 받았다. 사실상의 퇴거 명령이었다. 악취 등급과 입지 기준 등 합리적이고 일관된 관리체계를 마련하는 일은 농가의 혼란을 줄이는 것은 물론, 수입산에 잠식되는 국내 염소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목은수 경제부 기자 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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