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디지털 만능주의 성찰
고도화 시대 기초교육 무엇인가
교실내 타인 부대끼며 배우는 것
기계가 대체할수 없는 핵심이다
최근 ‘참교육’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세간의 이슈였다.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붕괴된 교실을 바로잡는 사이다식 전개에 대중은 열광했지만, 그 통쾌한 복수극 이면에는 우리가 바랐던 진정한 의미의 교육이 부재하다는 씁쓸함이 남는다. 대학시절 ‘참교육’이라는 교육 운동에 한 번쯤은 고민해 본 1인으로서 만감이 교차하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이제 제9회 전국교육감 선거가 모두 마무리되고, 전국의 교육 현장이 새로운 교육감 시대를 맞이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교육의 막중한 책임감과 시대적 사명을 양어깨에 무겁게 짊어진 새 교육감들의 4년 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바로 이 시점, 나는 내면 깊숙한 곳에 묻어두었던 그 오래된 질문인 ‘참교육’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금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
이번 제9회 전국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교육감 후보들이 공통적인 핵심 어젠다로 내세운 것은 단연 ‘인공지능(AI)·디지털 교육’이었다. AI가 일상으로 파고드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 미래 세대를 길러내기 위한 이러한 행보는 거스를 수 없는 필연적 변화처럼 다가온다. 그러나 화려한 첨단 기술이 주도하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에 모두가 매몰되는 듯한 지금, 여전히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이 되는 교육의 강화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본질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최근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가 발표한 파격적인 교육 정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그는 초등학생에게 생성형 인공지능 도구의 전면적인 사용을 금지하고, 중학생의 경우에도 무분별한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공표했다. 이는 디지털 기술 만능주의에 대한 서구 교육 선진국의 뼈아픈 성찰이자, 미래 사회가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진정한 창의성 또한 탄탄한 기본기가 뿌리내려야만 비로소 가능하다는 강력한 방증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 고도화된 기술 시대에 굳건히 다져야 할 기초 교육과 기본 교육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결코 교과서에 박제된 지식을 수동적으로 암기하고 주입받는 과거의 방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이 직접 텍스트를 눈으로 깊이 읽고, 자신의 생각을 손수 글로 풀어 쓰며, 머리로 직접 계산하고, 진리와 현상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며 주체적으로 사고하는 치열한 내면의 과정을 의미한다. 나아가 AI가 일상이 된 교실이라면 기술에 종속되지 않기 위한 구체적 실천이 요구된다. 예컨대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대신 그 논리적 허점을 짚어내는 비판적 토론 수업을 늘리고, 주기적으로 디지털 기기를 덮고 종이책과 마주하는 ‘디지털 디톡스’ 시간을 정규 과정에 편성하는 등 실질적인 방법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오직 이처럼 디지털 화면을 넘어 기초와 기본 교육을 최우선으로 강조하는 생동감 있는 교실 수업만이, 기계와 알고리즘이 결코 대체할 수 없는 학생의 건강한 성장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최근 안양 박달중학교 교장 선생님을 만나 나누었던 대화는 나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는 ‘존중받아 본 사람이 다른 사람을 온전히 존중할 수 있다’는 흔들림 없는 학교 경영 철학을 실천하고 계셨다. 교실이라는 작은 사회 안에서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부대끼며 배워가는 것, 그것이 곧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교육의 핵심이다. 이는 단순한 지식의 전달을 넘어선 인성과 관계의 중요성을 정확히 꿰뚫은 날카로운 통찰이며, 모든 것이 자동화되고 효율성이라는 숫자로만 평가받기 쉬운 AI 시대에 진정한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우리 사회 전체에 다시금 무겁게 되묻는 대목이다.
새로운 교육 수장들의 임기가 힘찬 닻을 올렸다. 이 중차대한 시점에서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교육 포퓰리즘’이다. 교육은 결코 선거용으로 단기적 표심을 얻기 위한 정책이 되어서는 안 되며, 오롯이 국가의 백년대계와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영역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여 고도화되더라도, 인간을 진정으로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스스로 깊게 사유하는 힘과 타인을 향한 따뜻한 존중의 마음이다.
/김효정 경기대 자유교양대학 교양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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