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박물관 전경. /경기도박물관 제공
경기도박물관 전경. /경기도박물관 제공

경기도의 공립 뮤지엄들이 변화의 갈림길에 섰다. 뮤지엄 관리 주체인 경기문화재단이 최근 운영상의 한계를 호소하며 민선 9기 출범에 맞춰 경기도를 향해 뮤지엄 분리 운영을 제안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관리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문화재단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떠안고 있는 운영 방식으로는 뮤지엄의 자생과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핵심 이유다. 뮤지엄의 몸집은 계속해서 커지는 반면 재단의 부양 능력은 줄고 있으니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도내 공립 뮤지엄들이 문화재단에 통합 운영되기 시작한 건 2008년부터다. 당시엔 경기도박물관과 경기도미술관 단 2곳뿐이었다. 하지만 현재 도내 뮤지엄은 8곳에 달한다. 외형적으로 규모가 4배 늘었지만 운영 여건은 갈수록 악화됐다. 일례로 경기도박물관에 근무하는 학예직 직원 수는 30년 전 27명이었지만, 현재는 9명뿐이다. 경기도박물관과 규모가 비슷한 서울역사박물관에 총 29명의 학예직이 배치돼 있는 것과 대비된다.

뮤지엄의 핵심 업무 중 하나가 소장품 확보다. 그러나 도내 뮤지엄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소장품 확보 예산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감액추경으로 사업 예산을 반납하는 일이 발생해 예정된 전시가 취소되는 일도 있었다. 문화재단이 도에서 받는 전체 예산 중 일부가 뮤지엄에 투입되고 이마저도 8곳이 나눠 써야 하는 구조다 보니 개별 뮤지엄에 충분한 지원과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인력과 예산이 줄면 운영이 힘들어지는 건 불 보듯 뻔한 결과다. 재정의 한계로 뮤지엄의 전문성을 유지, 향상할 기회는 없으니 질적 하락을 면치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문화계 안팎에서 도내 공립 뮤지엄들이 비정상적 상황에 처했다고 입을 모아 걱정하는 이유다.

2019년 문화재단이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전문가 등과 함께 발족한 ‘경기문화재단 발전 TF’에서도 뮤지엄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뮤지엄 분리·독립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하지만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오랜 시간 방치해 온 문제가 다시 논의 테이블 위에 던져졌다. 월드컵 결승전 하프타임에 한국의 BTS가 공연을 펼치는 시대다. 문화가 곧 국력인 세상에 살고 있다. 도내 뮤지엄의 분리·독립은 각 뮤지엄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넘어 생존 문제가 걸린 일이다. 이번 기회엔 공론화 단계로만 그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