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운영시 지역 특화 발전 획일화
의사결정 늘고 인프라 투자 지연
과거 연구서도 ‘효율성 낮다’ 지적
해외, 경제권·물류축·인접도시 중심
정부가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 통합 검토를 사실상 철회하는 대신 전국 4대 항만공사를 하나로 합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인천을 비롯한 전국 항만 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인천 항만업계를 대표하는 단체인 인천항발전협의회를 비롯한 부산·여수광양·울산·경남지역 시민단체와 항만업계는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4대 항만공사 통합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항만은 지역의 핵심 성장 거점”이라며 “전국 항만공사를 중앙정부가 통합 운영하는 것은 지역별 특화 발전 전략을 획일화하고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과도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항만공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대하고 항만별 조직·인력 운영과 투자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는 공공기관 기능 개편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부산항만공사와 인천항만공사, 울산항만공사, 여수광양항만공사를 ‘한국항만공사’(가칭)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를 합치는 구상이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항만공사 통합이 공공기관 개편의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인천 항만업계와 지역사회에서는 통합 항만공사가 출범하면 인천항의 인프라 투자가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인천항에서는 인천 신항 배후단지 2-1단계 157만㎡ 개발이 추진되는 등 2030년까지 모두 210만㎡ 규모의 항만 배후단지 공급이 예정돼 있다. 2033년까지 인천항 국제여객부두를 확장하는 사업도 계획돼 있다.
4개 항만공사가 통합돼 인천항만공사가 지역본부나 사업소 형태로 축소되면 지역에서 검토한 사업을 통합 본사에 다시 올려 승인받는 절차가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검토·결재 단계가 늘어나는데다 통합기관의 한정된 재원을 놓고 다른 항만 사업과 우선순위 경쟁을 벌여야 해 인천항 개발사업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게 인천 항만업계의 주장이다.
정부가 항만공사 통합의 명분으로 내세운 운영 효율화도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항만공사 통합은 과거에도 검토됐지만, 효율성이 낮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무산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1년 중앙대학교에 ‘항만공사 운영개선 대책 마련 연구용역’을 맡겨 항만공사 통합 효과를 분석했다. 당시 용역에서는 항만공사를 하나로 합쳐도 운영 효율과 예산 절감 효과가 크지 않고, 가상 통합기관의 효율성도 평균 이하로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벨기에 앤트워프·브뤼헤항, 네덜란드 로테르담·도르드레흐트항 등 해외 항만 통합의 경우 같은 경제권과 물류축에 속하거나 지리적으로 가까운 항만을 중심으로 이뤄진 만큼, 전국 모든 항만공사를 통합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게 항만 업계의 설명이다.
인천항발전협의회 관계자는 “4개 항만공사가 통합되면 의사결정 단계가 늘어나고 전국적인 기준이 적용돼 항만별 특성을 반영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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